문화 대혁명 운동에 뒤쳐지지 않고 가장 최근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자보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얼마 안 있어 대자보는 사무실과 공장, 학교 복도에서 벗어나 눈에 띄는 모든 장소를 점령했다. 현관과 주요 건물의 낮은 벽면부터 나중에는 인도와 바닥까지, 종국에는 커다란 표어의 형태로 처마 밑에도 등장했다. 그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자금성을 둘러싼 주홍색 벽까지 호전적인 글들로 뒤덮였다. - P136

마오쩌둥은 학생들에게 직접 다가갔고 그들에게서 가장 신뢰할 수있는 협력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은 쉽게 외부의 영향을 받았고 조종하기가 쉬웠으며 싸우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열망했다. - P137

 어린 학생들일수록 더 악랄했다. 누군가에게는 계급의 적을 늘신하게 패주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되었다. - P145

셰푸즈는 경찰에 <홍위병과 대화하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라. 그들에게 명령하지 말라. 그들에게 악한 사람을 때리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들이 흥분해서 누군가를 때려 죽인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어라>라고 명령했다. 그의 지시는 널리 전파되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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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의 메시지는 당내 고위층 인사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유력한 베이징 시장이 실각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도 이내 그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당원들은 주석의 발언을 놓고 회의하는 자리에서 테이블 너머로 서로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주석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이 자신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P113

오인소조 대신 마오쩌둥의 심복들로 구성된 중앙 문화 혁명 소조가등장했다. 중앙 문화 혁명 소조는 곧 문화 대혁명의 전 과정을 지휘하면서 모든 상위 결정이 내려지는 가장 중요한 정치 기구가 되었다. 황제가 대신들의 반대를 우회하기 위해 만든 내부 조직처럼 중앙 문화 혁명 소조는 당과 정부와 군대 위에 군림할 터였다. - P113

 이상적인 공산주의자란 군인인 동시에 노동자이며 학생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전문화는 금지되었다. 전쟁에서든 일에서든 하나의 공동체로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따라서 학생들은 육체 노동을 통해 혁명에 기여하도록 요구되었고 반대로 군인들은 정치 학습에 매진하도록 요구되었다. - P118

 주석의 계획은 군사 조직과 정치적 세뇌를 맹신하는 광적인 환상에 불과했고 그 안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모두 군인이 되어야 했다. 이제 중국은 과거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 P119

1956년에 당은 사람들에게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으라고 부추기고 불과 1년 뒤 비평가들에게 역공을 가했었다. 이런 대자보를 쓴 사람들이 혁명에 헌신하는 정예 당원일까? 아니면 베이징 외국 어학원에 다닌 어떤 사람의 말처럼 <이기적인 사람이거나 말썽꾼 또는 당에 반대하고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불순분자이거나 자칭 반혁명주의자>일까? - P119

머지않아 교사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고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격렬한 대자보 전쟁이 벌어졌다. 그들은 학생들이 알아낼 수 있는 것보다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았다. - P122

자본주의 노선을 선택한 당내 권력자에 대해서는, 다시 말해서 주석이 그토록 관심을 보인 <우리들 사이에 숨은> 적에 대해서는 왜 공격하지 않을까? 중등학교나 대학교에 파견된 공작대는 대부분의 분노가 <흑방 분자>라고 생각되는 교사와 학생을 향하도록 선동했다. 그들을 희생양으로 이용하거나 지역 간부 몇 명을 희생시켜서 고위 관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 P124

어쩌면 가장 의미 있을 충돌이 칭화대학교에서 발생했다. 안경을 쓴 단단한 체격의 화학 공학과 학생 콰이다푸가 <공작대의 손에 든 권력이 과연 우리를 대변하는가>라며 공개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이제 막 공작대에 합류한 왕광메이는 <우경 학생인 콰이다푸가 권력을 잡으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며칠 뒤 콰이다푸에게 반혁명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운집한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다른 수십 명과 함께 굴욕을 당하고 자신의 기숙사에 감금되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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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유머와 분노가 얽히면서 유머는 가벼운 농담으로 치부할수 없는 무게를 획득하고, 분노는 이를 낳은 현실의 아이러니 속으로 돌진해 아이러니 자체를 도드라지게 한다. 소설 속의 광인, 피피, 점쟁이처럼 ‘착오‘를 저지른 이는 명백히 존재하지만 이들의 잘잘못을 판별할 수 없거나 혹은 이들에게서 잘못의 궁극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분노는 증폭되기 때문이다. 곧 가격한 이는 존재하되 이들이 궁극적인 원인은 아닐 뿐더러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없고, 이를 판정할 수조차 없다는 데서 기인하는 등장인물(혹은 서술자)의 분노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공포 혹은 폭력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공포 혹은 폭력에 대한 서사의 심층에 중국 당대사를 재서술하는 무의식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유령‘에 대한 일반적인 정서가 어려 있다는 점을 읽어내기란 어렵지 않다. - P330

작가의 생리적 나이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경험이다. 훌륭한 작가에게는 때때로 한 번의 타종 소리가 옥중 생활보다 더한 충격을 줄 수 있다. - P337

나는 내 글쓰기의 방향이 어린 시절에 이미 결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글쓰기는 그저 길에 불과할 뿐이다. 어린 시절에 결정된 방향을 따라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작가란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늘 품고 있다가 직업적 습관을 통해 이를 표출하게 된다는 뜻이다. - P342

누구도 자신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자기 속마음의 구석구석을 조금씩 접하다가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나는 거다. 한 사람의 속마음이란 바로 모든 사람의 속마음을 축적한 것이고, 우리를 둘러싼 하늘처럼 끝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진정한 사람 하나를 그려내는 것이 수많은 군상을 그려내는 것이라 여기는 이유이다. - P344

 한 가지 원칙을 발견했다. 좋은 작품을 쓰기만 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돈 때문에 쓰는 글이라면 절대로 좋은 작품이 될 수 없고 돈도 벌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참으로 흥미로운 상관관계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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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펑이 죽은 지 엿새째 되는 날 아침 어머니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어머니는 이상한 흥분을 느꼈다. 심지어 그 흥분이 몸속을 어떻게 흘러 다니는지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몸이 조금씩 죽어가는 걸 느꼈다. 발가락이 가장 먼저 죽었고, 그다음으로 두 발, 이어서 두 다리로 죽음이 퍼져갔다. 발이 죽을 때는 얼어붙은 눈처럼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죽음은 배에서 잠시 머물다가 밀물이 들어오듯 허리를 덮쳤다. 그다음부터는 사정없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어머니는 두 손이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걸 느꼈다. 머리는 강아지에게 한 입씩 물어뜯기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심장이 남았다. 그러나 죽음은 이미 심장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개미들이 몰려오는 것처럼 죽음이 사방에서 심장을 향해 기어왔다. 심장이 간질간질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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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도 이 비슷한 얘기를 했더랬지.

만약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어떤 권위를 갖는다면, 아마도 그 권위는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만 유효할 것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작가의 권위는 점차 사라진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작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 P5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 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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