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유머와 분노가 얽히면서 유머는 가벼운 농담으로 치부할수 없는 무게를 획득하고, 분노는 이를 낳은 현실의 아이러니 속으로 돌진해 아이러니 자체를 도드라지게 한다. 소설 속의 광인, 피피, 점쟁이처럼 ‘착오‘를 저지른 이는 명백히 존재하지만 이들의 잘잘못을 판별할 수 없거나 혹은 이들에게서 잘못의 궁극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분노는 증폭되기 때문이다. 곧 가격한 이는 존재하되 이들이 궁극적인 원인은 아닐 뿐더러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없고, 이를 판정할 수조차 없다는 데서 기인하는 등장인물(혹은 서술자)의 분노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공포 혹은 폭력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공포 혹은 폭력에 대한 서사의 심층에 중국 당대사를 재서술하는 무의식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유령‘에 대한 일반적인 정서가 어려 있다는 점을 읽어내기란 어렵지 않다. - P330

작가의 생리적 나이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경험이다. 훌륭한 작가에게는 때때로 한 번의 타종 소리가 옥중 생활보다 더한 충격을 줄 수 있다. - P337

나는 내 글쓰기의 방향이 어린 시절에 이미 결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글쓰기는 그저 길에 불과할 뿐이다. 어린 시절에 결정된 방향을 따라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작가란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늘 품고 있다가 직업적 습관을 통해 이를 표출하게 된다는 뜻이다. - P342

누구도 자신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자기 속마음의 구석구석을 조금씩 접하다가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나는 거다. 한 사람의 속마음이란 바로 모든 사람의 속마음을 축적한 것이고, 우리를 둘러싼 하늘처럼 끝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진정한 사람 하나를 그려내는 것이 수많은 군상을 그려내는 것이라 여기는 이유이다. - P344

 한 가지 원칙을 발견했다. 좋은 작품을 쓰기만 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돈 때문에 쓰는 글이라면 절대로 좋은 작품이 될 수 없고 돈도 벌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참으로 흥미로운 상관관계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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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펑이 죽은 지 엿새째 되는 날 아침 어머니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어머니는 이상한 흥분을 느꼈다. 심지어 그 흥분이 몸속을 어떻게 흘러 다니는지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몸이 조금씩 죽어가는 걸 느꼈다. 발가락이 가장 먼저 죽었고, 그다음으로 두 발, 이어서 두 다리로 죽음이 퍼져갔다. 발이 죽을 때는 얼어붙은 눈처럼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죽음은 배에서 잠시 머물다가 밀물이 들어오듯 허리를 덮쳤다. 그다음부터는 사정없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어머니는 두 손이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걸 느꼈다. 머리는 강아지에게 한 입씩 물어뜯기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심장이 남았다. 그러나 죽음은 이미 심장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개미들이 몰려오는 것처럼 죽음이 사방에서 심장을 향해 기어왔다. 심장이 간질간질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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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도 이 비슷한 얘기를 했더랬지.

만약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어떤 권위를 갖는다면, 아마도 그 권위는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만 유효할 것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작가의 권위는 점차 사라진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작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 P5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 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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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와는 거리가 멀어 타인에게 비난받거나 비교되기도 쉬워요.
아무리 참고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건 결국 하고 싶어져 버리는 것 같아요. 아무리 타인처럼 밀어내고, 타인에게 덧씌워도 잠시 잊어버리는 척할 뿐 하고 싶은 일은 결국 하고 싶어져 버려요.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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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반 내내 소말리아나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들으면서 세상 문제가 모두 자신의 문제인 것 같다가, 걸어가는 동안 몸을 직접 스치는 빠르고 붐비고 격정적인 도시의 소음들 속에 힘없이 묻혀버린다. - P124

장은 향과의 관계가 계속 파생되는 테트리스 블록 같다고 생각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지는 테트리스 같다고. 5분 만에 모든 룰을 이해하지만, 빨라지는 속도에 한 번 말리면 게이머가 쉽게 당황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이해한 어떤 것도 이해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조각들 같다고. - P131

 결과적으로 테트리스는공산주의에서 태어난 가장 자본주의적인 게임이 되었다. 가장 만만한 게임이지만 누구에게도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한 번도 테트리스의 최종판이 깨진 적이 없었다. - P146

삶은 쌓인다. 퇴적층처럼 쌓인다. 그냥 쌓인다. - P155

돈이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치환되는 과정이, 세상을 무시무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지만, 나는 여전히 자본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돈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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