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두려운 게 뭐죠?"
"세상 그 어떤 팡쓰치든 소비되어버릴까 봐 두려워요. 그녀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 엽기적이고 선정적인 소설로보여지는 건 원치 않아요. 매일 여덟 시간씩 글을 썼어요. 쓰는 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언제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죠. 다 쓰고 난 뒤에 보니 가장 무서운 건 내가 쓴, 이 가장 무서운 일이 정말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을 쓰는 것뿐이에요." - P338

성교육에 소홀한 사회가 여자에게는 성적 순결을 강요한다. 여자가 순결을 잃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되고, 남녀 관계에서 여자가 피해를 입어도 모든 책임과 비난은 여자에게 돌아간다. 팡쓰치가 어떤 여학생이 선생님과 사귄다고 말했을 때도 그녀의 엄마는 천박한 아이라고 나무란다. 이런 교육에 길들여진 여자들이 성폭행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자기 보호가 아니라 죄책감이다. 심지어 그들은 상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한다. - P344

궈샤오치가 성폭행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대학 입시이다. 그녀는 인기 강사인 리궈화에게 특별과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속적인 성폭행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명문대 합격이 유일한 목적이 된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학생은 우리 안에 갇힌 채 높은 점수만을 강요당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거짓 영웅을 만들어내고 그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한다. 그가 그 권력을 어떤 식으로 휘두르든 학생은 복종하고 사회는 묵인한다. - P345

 팡쓰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이 사회와 리궈화를 감당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팡쓰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리궈화였다. 그녀는 자기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부모가 아닌 리궈화에게 함께 병원에 가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고아만큼 외로웠던 그녀는 가해자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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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든 이유가 있어. 남을 강간한 사람에게조차 심리학적, 사회학적인 이유가 있어. 이 세상에서 아무런 이유도 필요하지 않은 건 오직 강간당하는 것뿐이야. 넌 선택할 수 있어.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동사들처럼 내려놓을 수도 있고, 뛰어넘을 수 있고, 벗어날 수도 있어. 하지만 넌 그걸 기억할 수도 있어. - P320

인내는 미덕이 아니야. 인내를 미덕으로 규정하는 건 위선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이 비틀어진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이야.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미덕이야. - P321

"우린 앞으로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없어. 정직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없어." - P322

작은 이빨이 촘촘히 박힌 주둥이를 벌리고 테이블 위에 누워 있는 커다란 생선이 무슨 말을 하려다 참는 것 같았다. 눈동자에서 억울함이 배어났다. 비틀린 몸의 절반은 테이블 밑에서 나는 소리를 경청하는 듯 모로 누워 있었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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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이 문을 여는 순간 마오마오는 어릴 적부터 닳도록 읽은 번역 소설의 원문을 마침내 읽은 기분이었다. - P274

 그들은 이 세상에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걸 부정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작디작은 평화가 너무 이기적으로 보인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282

일기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달의 뒷면 같았다. 그녀는 이 세상의 곯아터진 상처가 이 세상 자체보다 크다는 걸 알았다. - P309

이원은 검은 바탕에 흰 물방울 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가리켜도 별자리가 될 것 같았다. 이원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의 온몸이 별자리였다. 아름답고 강인하고 용감한 이원 언니였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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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언제나 고독하다. 이 사랑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고독은 홀로 있는 고독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고독이었다. - P221

샤오치가 원하는 게 바로 그런 것이었다.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었다. 오랫동안 힘겹게 한 악마를 받아들였는데 그 악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더러운 것조차 자신을 버리는 일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는 지옥에서 추방당했다. 지옥보다 비천하고 고통스러운 곳은 어디일까? - P246

 요즘은 소설을 읽다가 인과응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울음이 나와요. 세상에 아물 수 없는 고통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제일 싫어요. 이 세상에 한 사람을 완전히 파멸시키는 고통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서정적인 결말이 싫어요. 왕자와 공주가 결국에는 결혼하는 해피엔딩이 혐오스러워요. 그런 긍정적인 사고가 얼마나 세상에 영합하는 비열한 결말인지! - P267

주변의 모든 것이 황당한 그녀의 인생을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인생은 남들과 달랐다. 그녀의 시간은 똑바로 흐르지 않고 왕복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파트에서 모텔로, 모텔에서 아파트로, 종이 위에서 볼펜으로 똑같은 선을 계속 왕복하며 그리다 보면 결국에는 종이가 찢어져버린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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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것들이 자신과는 영원히 무관한 얘기라는 걸 막연히 알고 있었다. 그들의 일은 신 바깥의 일이었다. 이불로 덮으면 신조차도 볼 수 없었다. - P137

쓰치는 또래 남학생들이 자신에게 다가올 때마다 과거의 일기가 자기 피부 밑에서 스멀스멀 스며 올라와 문신처럼 살갗에 새겨지고 지도 같은 흉터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 남학생이 선생님의 말을 훔치고, 선생님을 모방하고 습작하고 선생님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쓰치는 선생님의 등 뒤에 퇴화를 거부한 꼬리처럼 매달려 있는 욕망을 보았다. 그건 사랑이 아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랑은 알지 못했다. - P138

그의 말에는 마침표가 많았다. 자기 말이 옳다는 뜻이었다. 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마침표는 그녀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우물이었다. - P142

그녀는 신이 고통이라는 이름의 칼로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이성을 잘게 잘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 걸 보았다. 신의 입가에서 피처럼 과즙이 흘렀다. - P159

이 세상을 암흑으로 만든 건 바로 선생님이었다. 그녀의 몸에 난 상처가 험난한 골짜기처럼 그녀와 세상 사람들의 사이를 벌려놓았다. 그녀는 방금 전 길가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살하려고 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 P162

이원의 미소가 한없이 순수했다. 그건 인간 세상의 통계학에서 태생적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미소이자 한 번도 상처 받은 적 없는 사람의 미소였다. - P178

"가장 사악한 건 아무것도 모른 채 스스로 추락하는 걸 내버려두는 걸 거예요."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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