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와 일본 정부의 사고 대응의 난맥상, 도쿄전력의 은폐 체질은 ‘일본은 안전대국‘이라는 선입견을 산산조각 냈다. 기자 초년병 시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재난 현장 취재를 할 때마다 늘 따라 배워야 할 안전선진국으로 여겨졌던 일본의 민낯은 초라했다. - P10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세기 개항과 근대화, 침략 전쟁과 식민주의, 패전 후의 경제 성장이 서로 뒤얽히면서 중층화된 일본 사회의 적폐가 극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다. - P11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1989년 9월 할리우드 대표 영화사인 컬럼비아픽처스를 사들였고, 10월에는 미쓰비시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 록펠러센터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인들은 이를 진주만 공습과 다름없는 ‘경제 공습‘으로 받아들였다. 《뉴욕타임스》와 CBS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퍼센트가 ‘소련의 군사력보다 일본의 경제력이 미국 안보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였다. - P22

식민지와 침략정책의 과거사에 대한 청산 없이 미국 주도의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안주해 버린 일본은 45년 만에 주변국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민낯에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변국들이 제시하는 일본의 ‘과오 목록‘은 근현대사에서 전혀 배우지 못했거나 피상적으로만 알던 것들이었다.(중략) 일본은 지나간 잘못에 대해 진지하게 대면하고 성찰하기보다는 내셔널리즘의 프레임을 동원해 우회하는 길을 택했다. - P36

냉전체제의 붕괴는 동아시아에서 식민주의의 봉인된 기억이 해방되는 계기였다. 반공동맹이라는 전선이 사라지자 반공이라는 이름 아래 한데 묶였던 일본 식민주의와 아시아의 구식민지가 기억의 분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소련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식민주의 종주국과의 협력과 친선을 강요받았던 동아시아의 옛 식민지들은 이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 P39

고노 담화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 책임과 배상을 인정하는 정공법 대신 총리와 관방장관의 ‘사과‘ 방식으로 매듭지으려는 한계를 드러낸 점은 분명히 지적돼야 한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설치된 민간 주도의 ‘아시아여성기금‘은 전후에 구축된 국가 간 질서를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 식민지 피해를 가두어 버리는 ‘봉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당시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애매한 태도를 보였기때문이기도 하다.(중략) 사태 초기에는 법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다가 민간단체의 소송 제기가 잇따르자 추후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당시 한·일 정부 간의 정치적 타협이 일본 정부 특유의 ‘사과하되 배상하지 않는‘ 외교 태도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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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라는 시대에는 우선 어쩔 수 없는 서구화를 향한 충동이 있었고, 방어적민족주의와 국민국가의 형성이 분주히 행해졌다. 그런 농밀한 분위기 속에서 구시대적 도덕과 신시대적 사상의 부정합을 고민한 청년들이 살았고, 세계와 연동된 경제와 그것이 가져온 소비생활로 크게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러일전쟁을 정점으로 서로 겹쳐졌다가 마침내 멀리 분리되어간 국가적 자아와 국민적 자아의 균열에 함몰된 불운한 사람들도 있었다. 따라서 혹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일상은 각자 바꾸기 힘든 기쁨과 슬픔을 태운 채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는 것이다. - P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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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운명은 영겁으로 전개되는 긴 우주 역사에서 보면 한순간을 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덧없다고 말하기보다 정말 우연호 주어진 목숨이라 평하는 편이 옳으리라. - P5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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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생활인으로서 자립하지 않으면 문학 같은 건 할 수 없으니까요. - P5144

나쓰메 씨, 우리 국민의 성정을 잘 알고 계시지요?
기민하지만 타산적이고 활동적이면서 서정적이고 생각은 얕으면서 말은 많고 경솔하게 흥분했다가 갑자기 비관의 늪에 빠지지요.
옛 막부 때부터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 P5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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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세계는 동양인의 대두를 바라지 않습니다.
동양 국가가 세력을 떨치려 한다면 형제가 집안에서 다투다가도 밖에서 모욕을 당하면 함께 막는 이치로, 백인끼리의 내분을 뒤로 미루고 함께 공격하겠지요. - P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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