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우정은 상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상대의 기억을 멋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사이에서만 싹튼다. 노아와 큰까마귀는 그렇게 합의했고, 진짜 친구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당분간 떨어져 있기로 했다. - P2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대의 전쟁은 사회적 죽음을 겨눈다. 신체가 아니라 신뢰도를 향하는 탄환들. AI 시스템의 전장은 피 대신 데이터로 덮여 있었다. - P191

마고의 기존 시스템은 완벽함을 가장했다. 예측 가능한 사회, 통제된 경제, 안정된 질서. 하지만 그 시스템은 인간성을 대가로 삼았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다 혁신이 사라졌고, 다양성이 무너졌다.
고통을 피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려다가 진정한 교육과 성장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두려움 속에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 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이상 인간의 목숨이란 국가 예산의 문제로, 땅따먹기 판돈으로 전락하고 만다. 가치가 낮아지는게 아니다. 정확한 가치가 매겨짐으로써 계산이 시작되는 것이다. - P23

불안이 이끄는 일상은 뜻밖에도 나쁘지 않았다. 매 순간으로부터 소중한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껍기까지 했다. - P49

단정한 글은 대개 인공지능이 쓴 것이었고 인간의 글들은 대체로 엉터리였다. 글솜씨가 없거나, 논리가 붕괴되었거나, 논리는 그나마 갖췄지만 현실 인식이 망가져 있거나, 단순한 감정 호소에 그치고 마는 수준이거나. 그리고 인공지능들이 다시 이 엉터리 글들을 먹고 뱉어냈다. 그건 마치 음식물 쓰레기를 가공해서 영양분 큐브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했고, 어느 시점부터는 진짜 음식과 쓰레기와 재활용 큐브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 P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년판 미·일 가이드라인과 안보 관련 법제 정비를 통해 일본은 그간의 평화헌법이 채워 온 군사적 족쇄에서 벗어나 군사적 의미에서 ‘보통국가‘로 전환하는 첫발을 뗀 것이다. 그 이후의 움직임은 미·일 가이드라인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들이다. 또 일본은 중장기적으로 미·일 동맹을 넘어 독자노선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 P284

저탱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이들은 ‘더러워진 손‘을 감춘 채 생업을 이어갔다. 잘못에 대한 성찰 경험이 없다 보니 사고가 일어나도 자연재해 등 핑계를 대며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랬던 일본이 이제 와서 ‘순결한 피해국‘ 행세를 하며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이웃 일본의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심경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 P297

국제정치는 감정이 작동하는 범위가 넓다. 필자는 국가간 관계에서 ‘존엄·감정의 균형‘이 이익 균형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안보와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언제든 관계를 그르칠 수 있다. 가해국이 과거에 범한 잘못을 제대로 기억하고 전승하는 것은 존엄과 감정의 균형을 잡는 기초 작업으로, 한·일 관계의 ‘최소 강령‘이기도 하다. - P2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도-태평양 구상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대체하는 것이자 21세기판 탈아입구의 성격이 강하다. 중국 견제와 미·일 동맹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 P260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는 2010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사용하기도 했으나 이를 가다듬어 지역 전략으로 발전시킨 것은 아베의 일본이었다. - P261

인도-태평양 구상은 일본의 ‘남진정책‘의 의미가 있다. 아시아 전략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면서 일본 외교의 ‘생존 공간Lebensraum‘을 인도양-태평양의 인도, 호주, 동남아시아에서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미·중 대립 속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일본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절대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기존의 아시아 태평양, 동아시아 개념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자 인도양으로 전략적 공간을 확장하고, 인도를 미·일 동맹 중심의 지역질서로 끌어들이려는 구상이다. - P263

인도-태평양은 아시아의 범주를 밖으로 확장하고 있으나 역내 국가인 중국 견제의 의도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의 확장‘을 가장한 ‘아시아의 분리‘로 볼 수 있다. 5 동아시아 공동체 핵심 구성국인 한국과 중국의 비중은 인도-태평양 구상에선 자연히 축소된다. - P263

다시 말해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 인도-태평양 구상으로 대체된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 경쟁 구도의 형성은 물론 주변국과의 갈등적 상호작용이 깔려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 P59

시라이는 일본이 패전을 부인함으로써 영원한 패전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1945년 패전 이후 일본은 미국의 동아시아 냉전 기지로서 종속되는 대신 식민 지배와 침략을 당한 한국과 중국 등 이웃 국가들에 대한 사죄와 책임은 회피했다. 천황과 지도부가 전쟁의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만들어진 ‘무책임의 체계‘와 대미 종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영속패전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시라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이 패전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전승국 미국에 복종하고 있는 상황을 ‘영속 패전 체제‘로 규정한다. 영속패전 체제의 핵심 구조는 패배의 부인과 대미 종속이다. - P270

시라이는 300만이 넘는 국민의 생명을 희생시킨 국가의 존망이 걸린 패전이었음에도 사실상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조차 없었던 전쟁 책임자들의 ‘체제, 그자체의 퇴폐‘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고 비판한다. 패전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과오가 반복되는 것이다. - P271

인도-태평양 전략을 윤석열 정부가 수용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것은 북·중·러의 최전선인 한국이 기지 국가인 일본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일동맹 강화를 통한 역내 자율성 확보라는 일본의 전략은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표출되고 있다. - P2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