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이상 인간의 목숨이란 국가 예산의 문제로, 땅따먹기 판돈으로 전락하고 만다. 가치가 낮아지는게 아니다. 정확한 가치가 매겨짐으로써 계산이 시작되는 것이다. - P23
불안이 이끄는 일상은 뜻밖에도 나쁘지 않았다. 매 순간으로부터 소중한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껍기까지 했다. - P49
단정한 글은 대개 인공지능이 쓴 것이었고 인간의 글들은 대체로 엉터리였다. 글솜씨가 없거나, 논리가 붕괴되었거나, 논리는 그나마 갖췄지만 현실 인식이 망가져 있거나, 단순한 감정 호소에 그치고 마는 수준이거나. 그리고 인공지능들이 다시 이 엉터리 글들을 먹고 뱉어냈다. 그건 마치 음식물 쓰레기를 가공해서 영양분 큐브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했고, 어느 시점부터는 진짜 음식과 쓰레기와 재활용 큐브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