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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미'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바로 그 책. 나 역시, 고등학교 때 처음 개미를 읽었을 때부터 궁금했던 책이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지금까지 볼 기회가 없었는데 동기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빌려달라고 부탁하여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소설 개미 속에서는 주인공의, 이미 고인이 된 삼촌 에드몽 웰즈 박사가 쓴 책으로 나온다. 소설 속에 몇 번 인용되기도 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러나 에드몽 웰즈란 가상인물이므로, 당연히 이 책을 쓴 것은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다.
상당히 재미있는 제목을 붙여 놓았는데,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작가 자신의 아이디어 창고이다. 작가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살아오면서 접하게 된 흥미로운 지식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사를 하여 그것들을 정리해 두고, 그런 것들 외에도 어느날 문득 떠오른 단상 같은 것들도 기록하여 그렇게 쌓인 것들을 한데 묶어 이 책을 만든 듯하다. 즉 '오 이거 재미있겠는걸, 소설의 소재가 될지도 몰라'라고 생각한 것들을 잊지 않도록 묶어 두고 나중에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이 책을 들춰보다가 그때그때 마음이 간 소재를 골라서 구상을 하고 소설(단편이거나 혹은 장편이거나)을 쓰기 위해 만든 것 같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책에 실려 있는 지식들 중 몇 가지를 나는 이미 그의 단편소설집인 '나무'에서 본 기억이 있다.(예를 들면 행성을 만드는 방법 같은 것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지식들은 모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가로서 손댈 거리가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그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개미에 대한 지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것은 그가 개미를 관찰하기를 즐기고 첫 작품인 개미를 쓰기 위해 매우 오랫동안 조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개미 외에도 다른 동물이나 곤충들의 생태에 관한 것들도 있고, 과학 분야의 지식들도 꽤 있는데 나는 과학에 거의 흥미가 없어서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점이 좀 안타까웠다.(워낙 내가 관심있는 분야라는 것이 인문학 쪽에 한정되어 있는 데다가 다른 쪽으로는 고개를 거의 돌리지 않기 때문에..)
물론 그런 지식들 말고도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특히 지식인을 곤충에 비유한 부분은 읽으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하나하나 차근차근 읽어가기 좋은 책이었다. 특히나 작가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라면 항상 옆에 놓아 두고 가끔 생각날 때 아무 쪽이나 펼쳐서 하나씩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