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매우 유명한 에세이집. 2,3년 전에 국내에 에코 붐이 일면서 더불어 유명해졌던 책이다.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가 에스프레소라는 잡지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묶은 책인 Diario Minimo(작은 일기) 2권에 몇 편의 글을 더해서 나온 번역판이다. 원문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며 꼼꼼하게 번역했을 뿐더러, 영문판과 프랑스어 판의 잘 된 점을 참고하는 등 역자의 세심함이 돋보인 책이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 있는 짧은 칼럼들은 매우 유쾌하고 멋지다. 에코만이 할 수 있는 지적 패러디는 독자로 하여금 웃는 중에도 두뇌를 활발하게 사용하게 한다.(사실 나는 대부분의 패러디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의 지식은 에코의 천 분의 일도 못 따라갈 게 분명하므로!) 에코는 이 장에 있는 칼럼들 속에서 세상의 바보 같고 부조리하고 실용성 없이 복잡하기만 한 제도들과 여러 가지 발명품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서문에서 그가 말하기를 '이 칼럼들이 우습다면 그것은 내가 글을 쓸 때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나는 이 글들을 읽으면서 배를 잡고 웃었지만 그가 무엇에 화가 난 것인지를 알 수 있었고, 나 역시 그에게 공감했다. 개인적으로는 '기내식을 먹는 방법'과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는 방법'이 기억에 남는다.

2부에는 전 은하가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어 적이라고 호칭할 만한 세력이 없어져 버린 군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싸울 적이 없어진, 그저 유지만을 위해 존재하는 엄청나게 거대하고 비대한 군대라는 조직을 통제하는 규정들 중에는 합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들이 태반이다. 이런 제도들을 놓고 서신으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토론들을 통해 에코는 인간 사회의 제도들을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3부에는 에코와 그의 몇몇 친구들이 편찬하려고 시도했던 반지식적인 백과사전을 위해 쓰여진 글들이 실려 있고, 4부에서 그는 자신의 고향 알레산드리아를 추억하고 있다. 앞부분의 칼럼들이 내게 준 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뒷부분에 와서는 사실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3부에 실린 글들은 매우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나의 전공 혹은 생활과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분야의 지식들이라 나의 무지를 통감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매우 멋지다고 아니할 수 없는 에세이집이었다. 그의 풍부한 지식에서 나오는 고도로 지적인 풍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웃게 하고, 또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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