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성장 과정과, 엄마가 오래전 경험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는 엄마의 삶이 시대의 흐름 속에 있으면서도 시대와 같은 박자로 흘러가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의 기억 속 세상은 스물한 살, 외할머니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그 순간부터 무너져 내렸고, 엄마 자신이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폐허 위에 다시 세워졌다. 엄마의 삶 속 크고 작은 일들은 ‘집‘이라는 한 글자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때로 엄마는 식구들이 다 잊은 해묵은 일들을 생생히 기억해내 모두를 놀라게 하곤 했다. - P11

어쩌면 엄마가 본능에 따라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정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종종 엄마가 나보다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며, 진실하게 살아간다고 느낀다. - P22

 엄마의 유전자에는 부지런함이 새겨져 있었고, 가난을 두려워하는 마음 역시 깊이 박혀 있었다. - P28

미화원들이 어떤 물건을 쓰레기로 분류할지 판단하는 기준은 ‘더러운가 안 더러운가‘가 아니라, ‘돈이 되는가 안 되는가‘다. 내 엄마 같은 미화원들은 선전 쓰레기 시장의 시세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폐지 상자, 고철, 유리, 플라스틱의 시세 변동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한다. - P44

미화원은 쇼핑몰의 투명 인간이자 변두리 사람이다. 쇼핑몰이 비현실적이리만치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화원 개개인의 시간을 무자비하게 빼앗은 결과다.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