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전략에서 각국을 어떻게 활용할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바뀌면 장기의 말처럼 일본의 역할 또한 크게 바뀐다. - P116

냉전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패전 후 미국, 영국, 소련은 서로 세력권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놓고 격렬하게 대립했다. 소련은 피점령국인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에 차례차례 공산당 정권을 수립한다. 이에 서방국가가 크게 반발한다. 이런 과정에서 냉전이 시작되었다. - P118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세계전략의 목적 또한 바뀌었다. 일본과 독일이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억압하던 노선을 전환하여 소련과 대항하는 노선으로 갈아탔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대우 역시 크게 달라졌다. - P119

점령 초기에 미국의 대일정책은 군사력과 경제 해체 및 민주화 촉진이었다. 그러나 소련에 대항하면서부터 일본의 경제력과 공업력을 이용하는 것이 미국에게 이익이라는 판단으로 갑자기 전략을 180도 전환하게 된다.(중략)
미국의 급격한 노선 전환은 그때까지 일본에 군림해 온 맥아더의 점령정책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맥아더와 트루먼 대통령, 그리고 국방성 간에 갈등이 일어났다. 결국, 한국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자 맥아더는 최고사령관에서 해임된다.
미국이 노선 변경한 대상은 정책만이 아니었다. 사람을 다루는 방식도 크게 바뀌어 과거 전범으로 수감된 사람들이 소련과 대항하기 위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전범들이 석방되어 차례로 정계에 복귀했다. - P121

왜 북한은 이런 바보 같은 전쟁을 시작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그때야말로 북한이 한국을 제압할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북한의 이런 목적은 전쟁 초기에 거의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생각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미국의 개입을 의식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반격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일까?
북한이나 동맹국인 소련이 최고의 스파이 조직을 동원해 미국의 비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전쟁 전이라면 필시 미국의 전쟁 개입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는 1949년12월 한국 철수를 결정했다. 이 문서를 입수한 소련 스파이가 미국 참전은 없다고 스탈린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 P124

점령군의 본래 목적은 달성되었다. 그러나 냉전이 시작되면서 일본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첫째 주일미군 기지를 계속 유지할 것과, 둘째 재무장을 통해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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