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생활은 정신적인 학대였다. 내가 밖에서 누구였건 그곳에서는 죄수 번호로 불릴 뿐이었다. 이게 내가 유치장에서 느낀 것 중 하나였다. 두 번째로 깨달은 건, 유치장에 있으면 진정 자유를 잃는게 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거였다. 앉거나 서거나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 조금도 거리낄 게 없는 일들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 P242
비로소 나는 주 고객층에게 돈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돈을 쓸까 말까 주저하는 게 아니라 정말 쓸 돈이 없었다. - P245
당시 제가 받은 인상은 사회적 분위기든 기업이든 신입사원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경기도 안 좋고 인원감축도 잦은데, 신입을 뽑아서 일을 가르치는 게 기업에는 낭비처럼 느껴지겠죠. 제가 면접을 다니면서 깨달은 건, 기업들이 초과 근무를 스스럼없이 제안하는 데다 심지어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였어요. - P256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도대체 학력이 무슨 의미일까요? 석사학위까지 받고 이제 곧 졸업인데, 저는 정말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요? 저는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요?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이전에는 남들이 다 공부하니까 저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대학원에 갈 준비를 하니까 저도 했고, 그 이전에는 남들이다 대학에 가니까 저도 가야 하는 줄 안 거죠. 스스로 미래를 뚜렷이그려본 적도 없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한 적도 없어요. 마치 파도에 휩쓸리듯이, 남들이 하니까 저도 하는 꼴이었죠. - P257
저는 확실히 비관적이에요. 예전에는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3년간 ‘제로 코로나‘라는 난리를 겪고 나니, 책에서나 볼 법한 황당무계한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직 윗사람의 뜻대로 일하는 사람들은 윗사람이 어떤 명령을 하든 상황을 둘러보지 않고 기계처럼 명령을 수행해요. 윗사람이 절 끌고 가라고 하면 그들은 무조건 절 끌고 가겠죠. 마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이 민가에 몰려가서 집집을 샅샅이 뒤지고 털었던 것처럼요. - P258
이 업종은 사람이 넘쳐납니다. 제가 갑자기 과로로 죽는다고 해도, 벼랑 끝에 매달린 수많은 사람이 앞다퉈서 내 빈자리를 메우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죽으면 그것으로 완전히 끝나버리고 마는 겁니다. - P262
예전에는 다들이 길을 걷는 게 아주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보니, 이 길은 단지 좀더 고급스러운 ‘인간 자원‘으로 쓰일 자격을 얻는 길일 뿐이었습니다. 이 자격을 얻겠다고 건강을 해치고, 더 나아가 목숨까지 희생합니다. 마치 제가 예전 직장에서 일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 직장에서는 해마다 사람들이 죽어났습니다. 우리는내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가 아닐 수 있겠습니까? - P263
게다가 시민사회에 대한 각종 탄압으로 삶의 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인간 자원‘일 뿐이고, 오직 ‘고급 인간 자원‘이냐 ‘저급 인간 자원‘이냐를 나눌 수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모두 다 희생양일 뿐입니다. 저는 제 일생이 중국공산당의 사악한 통치에 소모되는 희생양이 되는 것을 참을 수도 없고, 원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저 도망치고 싶을 뿐입니다.(중략) 저는 그저 개인의 권리가보장되는 땅 위에서 평온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다 가길 원할 뿐입니다. - P265
제가 보기에 중국이 말하는 비약적인 경제 발전은 그 자체로 기형입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앞뒤 재지 않고 미래의 재원을 끌어다 쓴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20년간 고속 발전을 했으니, 앞으로 40년은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갚아야 할지 모릅니다. 이 40년은 바로 제 청춘의 전부겠죠. 그러니 당연히 대단히 절망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P267
당과 국가는 사람들이 깊게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생각 없이 오직 일과 공부만 하는 기계를 키워내서 당과국가에 이바지하게 하고자 합니다. 생각이란 많이 하면 할수록 반동분자가 될 가능성을 키울 뿐일 테니까요. 그렇죠? 교육은 바로 이 같은 복종심을 키우는 데 동원됩니다. 이러한 정신 교육이 매일의 수업에 깊게 뿌리박혀 있습니다. 가령 우리가 어문 수업에서 독해를 배울 때, 우리는 확산적 사고를 키우기보다는 윗사람의 뜻을 헤아리는 법을 배웁니다. 틀에 박힌 수업, 특히 이과에서는 끊임없이 문제를 풀어대는데, 이 역시 복종심만 키울 뿐입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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