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인생은 각기 달라도 그들 뒤에 있는 가족은 비슷한 불행을 겪었다. 그들과 연결된 자녀들도 전생의 낙인이 찍힌 듯 비천한 나락 속에서 살았다. 그런 사람들 수를 확장하면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지주, 부농, 반혁명분자, 악질분자, 우파‘가 된다는 것, 혹은 ‘지주, 부농, 반혁명분자, 악질분자, 우파‘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인생이 굴욕 속에 내동댕이쳐진다는 의미였다. 그런 굴욕은 육체에서 정신까지 모든 것을 뒤덮고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 P446

시간이 어떻게 말만 없겠는가. 시간은 색깔도 소리도, 형태도 없이 인간의 무수한 것들을 삼켜버린다. 나는 그게 바로 연매장이라고 생각했다. - P447

 씨앗처럼 내 가슴 깊이 묻혀 있었던 ‘연매장‘이란 단어는 내 글의 진전에 따라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났다. 뿌리가 갈수록 커졌고 가지도 갈수록 무성해졌으며 내 가슴도 갈수록 무거워졌다. 수많은 사람의 그림자가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그 속에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형제자매도 있었다. 그들은 한 차례 또 한 차례 질리지도 않고 걸어나와 내 소설 속 인물과 합쳐졌다. - P450

이 책은 시간의 축까지 더한 4차원에서 결말을 역동적으로 취사선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소설이지만, 관련 역사를 어설프게 다룬 문헌보다 훨씬 큰 역사적 가치를지닌다. -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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