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와 정저우에서 발생한 시위는 애플에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10여 년 전 CCTV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단일한 권위주의 정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결과를 낳는지 잠시 멈추어서 곱씹어보게 한 계기였다. - P559
중국 스마트폰산업의 부상은 애플이 직접 구축한 역량에 스스로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냈으며, 중국이 값싼 노동력의 공급지를 넘어 정교한 자동화 기술을 갖춘 국가로 탈바꿈했음을 방증했다. 이제 중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단순 제조업체가 아닌, 세계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디자인 중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 P560
한 전직 임원은 "하룻밤 사이에 중국은 믿을 수 있는 공급처에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공급처로 바뀌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아이폰 생산을 위한 ‘플랜 B‘가 승인되었다. - P562
실제로 중국은 전문가들이 이해조차 힘들어할 정도의 높은 기술적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중략) 다시 말해 중국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20년 이상 축적되어온 제조 생태계 전반이다. - P569
중국에서는 공급업체와 정부 관리들이 아이폰 생산을 수주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그렇게 운영되지 않는다고 한 전직 애플 엔지니어는 말했다. 그는 "긴박감이라는 게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강력한 하향식 추진력은 국가에 의해 체계적으로 착취된 순종적이고 근면한 노동자들 덕분에 가능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도는 정부 권력이 분산되어 있고 중앙집권적이지 않으며, 경제성장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어 관리들이 중국의 경우처럼 경쟁하지 않는다. 또한 인도 노동자들은 더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 P569
골드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이 조금씩 중국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분명하지만, 매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애플은 도망치고 싶진 않지만, 기어갈 수도 없어요. 적절한 속도로 걸어야 합니다. 너무 빠르면 중국이 분노할 것이고, 너무 느리면 결국 발이 묶일 테니까요." - P570
2018년 말 애플이 아이폰 출시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자, 최고경영진은 공황에 가까운 불안을 느끼며 화웨이를 구체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화웨이는 그때보다 더 큰 위협일 수 있으며, 이 문제는 미중 간의 알력 그리고 중국 민족주의 정서에 따라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 P582
중국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오랫동안 자국 제품처럼 여겨왔다. 따라서 그들이 아이폰을 서구 기업들이 중국에 대해 시도 중인 디커플링의 상징으로 인식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발생할지 모른다. - P582
2019년 애플이 넷플릭스 스타일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티비플러스를 출시했을 때,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 책임자인 에디큐는 콘텐츠 파트너들에게 두 가지 지침만을 전달했다. 하나는 노골적인 노출을 피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말라"라는 것이었다.(중략) 애플 티비플러스는 중국에서 아예 서비스되고 있지 않지만, 쿠퍼티노는 언제 어떻게 스스로 검열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 P583
헤지펀드 투자자 제이 뉴먼은 이렇게 경고했다. "애플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무리 몸부림쳐도 단 한 줄의 명령만으로 그 가치 대부분을 날려버릴 수 있는 중국공산당의 권력에는 당해낼 수 없다." 대만 병합, 미중 관계의 깊어지는 단절, 또는 중국이 애플에서 배울 만큼 다 배웠다고 느끼는 순간과 같은 외부 요인들은 경쟁사들의 신제품 출시보다도 훨씬 더 실존적인 위협이다. 중국 민족주의가 애플에 가하는 위험은 사라질 수 없다. 설령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간다고 해도, 중국 경제는 머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사람들은 반드시 묻게 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된 걸까? 중국은 어떻게 이토록 빠르게, 그것도 첨단산업과 같은 복잡한 분야에서 성장했는가? 이에대한 불편한 답변은 바로 애플이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가장 최첨단의 설계, 공정, 기술적 노하우를 가져와 중국에서 이를 대규모로 구현했다. - P589
애플은 다시금 진짜 위험에 처했다. 재정적으로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이지만, 스크린 속 빅브라더는 이제 더는 허구의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애플을 실질적으로 포획한 한 국가의 지도부로서 실체화되었다. 이 국가의 제조 역량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그 결과 여기에서 벗어나려는 애플의 모든 시도는 허망한 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중국에서 첨단 공정의 발전을 계속 촉진한다면, 머지않아 미국인들은 중국이 첨단 전자공학, 로봇공학,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자급자족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그다음에는 시진핑이 2013년에다짐했던 "자본주의의 궁극적 종말"까지 겨우 한 번의 짧은 도약만 남을 것이다. - P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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