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책장에 꽂아 두는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일까요? 그 일이 의무처럼 관념화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제 가설인데, 이유인즉 이렇습니다. 그 나름의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넓은 서재와 응접실을 갖춘 집에 살게 된 사람에게는 ‘자신이 읽지 않은 책에 둘러싸여 만년을 보낼 의무‘가 부과된 것입니다. 그런 암묵적 규칙이 있을 겁니다.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은 ‘가시화된 자신의 무지‘이기 때문이죠. - P150

기시감을 갖고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다름 아닌 지금 이 책을 읽을 것이 먼 옛날부터 숙명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감각에 사로잡히지요. 그것은 가장 행복한 독서 체험입니다. ‘문자 읽기‘란 아마도 그런 것일 겁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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