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나에게 말하길, 요즘 들어 꿈에서 자꾸 누가 돌아가라고 한다고 했다. 바로 엊그제에도 마을 사람 하나가 전하길, 우리 밭에 풀이 무성하니 자식들 데리고 돌아가 김을 매라고 했다는 거다. 아버지는 그 사람에게 우리 밭은 다른 사람이 농사지은 지 한참 됐다고, 우리는 일찌감치 성안으로 이사 와서 농사를 안 짓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땅은 쭉 너희 집에 남아 있잖아. 그건 너희 밭이야. 달아날 생각 말라고.
깨어날 때마다 아버지는 한참을 망연히 앉아 있었다. - P504

모름지기 농민은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다면, 가난하고 초라하게 살아갈지언정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고 싶어하지 않는다. 집안을 일으키는 어려움을, 거친 땅과 집을 버리는 괴로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 P506

가정이나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나치게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한 사람이 되면, 내가 떠나는 것은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에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까지 이르는 것은 좋지 않다. - P513

땅에서 내가 가진 것은 머지않아 황폐하게 버려질 집 하나뿐이다.
하늘에는 벽돌 한 장, 기와 한 장도 없다. 사방을 떠도는 혼백이 될 운명인 나에게 남은 것은 오직 너ㅡ황사랑뿐이다. 그곳이 유일한 목적지이자 돌아갈 곳이다. -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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