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나는 대지에서 일어나는 한 가지 일을 알게 됐다. 아버지가 알려준 것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미래라는 곳을 향해 정신없이 달린다. 맨 앞에서 달리는 것은 번화한 대도시, 바짝 뒤쫓는 것은크고 작은 도시, 그 뒤로는 마을이 성깃성깃 따라간다. 황사량은 너무 작아서 성큼성큼 걷지도 못하고 꽁무니에 처져 있다. 모두를 위해 후방을 엄호하는 중책이 자연스레 이 작은 마을로 넘어왔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 P226

이리저리 날아다닌 끝에 잠자리가 다다른 곳은 저녁 햇빛이 내려앉은 흙담이다.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닌 끝에 사람이 늘그막에 이른 곳은 황혼에 잠긴 부서진 담장 아래다. - P230

어쨌든지 간에 내가 진정 알고픈 일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눈에, 우리 곁에서 자라고 늙어 죽은 검둥개의 눈에 우리 가족의 삶은 어떤 정경이었을까, 우리의 이런 삶이 재미있어 보였을까. - P245

수확량이 많든 적든 가을 들판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마치 세월이 흐른 뒤의 자신을, 시든 몸으로 오들오들 떨면서 가을바람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보는 것만 같다. 수많은 가을 수확을 거치고 나면 사람은 자신의 마지막 작물이 된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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