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해를 내가 떠나보내는 줄은 아무도 모른다. 저물녘마다 모래언덕에 홀로 서서 해에게 손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나 아니면 이런 일을 누가 하겠나. 손님이 돌아갈 때면 마을 어귀까지 바래다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온종일 우리를 환히 비춰준 해가 돌아갈 때는 배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이 곧 내 일이다. 나는 해가 멀리 떠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본다.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새빨간 얼굴 반쪽이 아쉬운 듯 나를 바라볼 때, 이 마을에 해가 알아보는 사람은 오직 나뿐임을 깨닫는다. 내일 아침 일찍 마을 동쪽 끝에 홀로 서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손 흔드는 사람 또한 나일 테니까. -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