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병은 권력이 있습니다. 만주국의 경찰이나 헌병단, 철도경호대를 휘하에 두고, 군인이든 일반인이든 끌어다가 조사할 수 있지요. 말하자면 무서운 게 없어요. 이렇게 되면, 안 해도 되는 일까지 하게 됩니다. 주어진 임무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공적을 세우기 위해 무엇이든 합니다." - P308

헌병은 일반 장병과 달라서 피해자와 개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군대에 의한 살상의 대부분은 완전히 일방적이며, 장병들 개개인은 피해자의 사정을 거의 모른다. 그러나 헌병은 피해자의 가정 사정을 알고 있으며, 게다가 죽음으로 몰아갔던 과정까지 기억하고 있다. - P360

상처 입은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음습한 협박의 문화, 죄를 자각하는 것의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P367

"국가에 맹종해서는 안 돼. 전쟁만큼 큰 죄악은 없어. 이것만큼 쓸데없는 것은 없어. 그러니까 반드시 도망쳐야 해. 전쟁에 이겨서 행복해진 나라는 없다. 이겨도 져도, 수십 년 지나고 나면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버려."
나는 어눌한 도호쿠 사투리로 말하는 쓰치야를 바라보면서, ‘불타올랐던 야심도 그 불씨가 다 타서 잦아들게 마련이다. 쓰치야에게도 이렇게 따뜻한 노인이 숨어 있다.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지 않고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는 살기 힘든 사회에서어떻게 도망치면 좋을지 우리에게 답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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