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시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죽음에 관해 생각했다. 또한 같은 인내심과 같은 방법으로 왜 태어났을까도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을 생각하다 보니 마침내 알게 되었다. ‘사람이 태어난 일은 논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이 준 그냥 한 가지 사실일 뿐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 생명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줄 때, 이미 그에 따른 결과도 준비해두었다. 때문에 죽음은 급하게 바란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오게 되는 기념일이다.‘ - P11
만약 이 세상에 고난이 없다면, 세상은 존재할 수 있을까? 우매함이 없다면 영민함이 뭐 그리 대단한 자랑이겠는가? 추함이 없다면 아름다움은 어떻게 그만의 행운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악함과 비천함이 없다면 선함과 숭고함은 어떻게 경계를 정하고 또 어떻게 미덕이 될 수 있겠는가? 장애가 없다면 건강함은 너무 흔해서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단어가 되지 않을까? - P35
많은 것들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단 세 가지 문제가 그렇게 괴롭히면서 나를 따라다녔다. 첫 번째는 이제 그만 죽을까? 두 번째는 왜 살아야 하나? 세 번째는 대체 왜 글을 쓰려 하는가? 지금도 이 세 가지 명제는 여전히 나와 얽혀서 함께하고 있다. - P39
언제든 끝이 날 것 같은 느낌은 끝남 그 자체보다 훨씬 두려웠다.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기다리는 게 더 두려운 법이다. 나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태어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이 세상이 아예 없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죽지 않았고, 죽음은 급히 서둘러야 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지연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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