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이 북한처럼 "다양한 이의를 허용하지 않는" 독재국가라면 모를까, 한국은 빛나는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회이자, 다양한 견해가 충돌하여 격렬한 마찰과 대립을 펼치는 역동적인 사회이다. 한국 사회가 갖는 역동성은 일본 사회보다 훨씬 큰 역동감을 동반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동적인 민주주의 한국 사회에서 아직 일본에 관한 담론에서만 "이의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국이 일본에 대해 특별한 관계, 그러니까 일본에 관해서만 사고가 정지되는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 P131
지금 일본 사회는 "남은 어차피 남이다"라는 생각이 극한에 달하여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해봤자 시간 낭비라는 인식만 가득하고 말았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달성이 아니라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다. 일본 사회는 명백히 생명력을 잃고 있다. - P132
자기 진영을 존속시키기 위해 ‘사악한 타자‘가 반드시 필요한 세력이 한국과 일본에서 상호의존하고있는 것이다. - P135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한국이라는 대상을 너무 이데올로기나 이념을 통해 인식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와 이념을 통해 이해되는 대상은 언뜻 보기에 매력적이지만 어디까지나 피상적으로 이해될 뿐이며 이윽고 독자나 관객은 그러한 ‘겉모습‘에 질려 떠나고 말 것이다. - P142
한국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에 나쁜 인상을 갖는 이유‘의 1위로 "한국을 침략한 역사를 올바르게 반성하지 않으니까"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예를 들면 일본의 언론NPO와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소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매년 ‘한일공동 여론조사‘), 한국 사회에 계속 살고 있으면 당연히 이러한 인식을 갖습니다. 하지만 일본인 쪽에서 말하자면 "일본이야말로 세계에서 식민지 지배나 전시 여성 인권 유린 문제에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사죄한 국가다"라는 사실의 ‘무게‘를 한국 쪽이 전혀 이해해주지 않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일본인은 독일과 달리 역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스테레오 타입의 말을 들을 때마다 대체로 일본인은 강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 P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