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로 가는 길에 나카센도를 따라 펼쳐진 마지막 풍경 가운데 커다란 팽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이파리 끝이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나무 앞 표지판에 "연을 끊는 나무"라는 설명이 있었고, 옆에 있는 신사에는 작은 공양물과 소원을 적은 종이가 높이 쌓여 있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은 나무껍질을 한 조각 벗겨서 뜨거운 물에 담근 다음 이상한 낌새를 전혀 모르는 배우자에게 우러난 물을 먹인다. 그러면 마치 마법처럼 인연이 느슨해지고 단단하게 짜인 운명이 풀린다고 했다. 앞에 펼쳐진 길은 엉킨 게 풀린 명주실처럼 곧고 분명하게 쭉 뻗을 터였다. - P107
달구지꾼들은 거친 남자들로, 대개 쓰네노와 함께 길을 따라온 이들 같은 이주자였다. 그들은 달구지 주인집의 뒷방에 몰려 있다가 일이 생기기만 하면 바로 나가서 일당을 받았다. 쓰네노는 달구지꾼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을 테고, 다른 에도 사람들도 그들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상종 못할 이들이었다. 임대인이나 지주가 아니고, 도제가 아니며, 심지어 세입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에나 있어서 거리에서 가마를 지고, 불을 끄고, 손수레를 끌고, 비계를 올렸다. 이주민들이 흔히 겪는 운명이었다. 에도에 속하지 않은 채 에도가 작동하게 만들었다. - P118
엘리트들에게 위험은 하나의 형태와 모양을 지녔다. 정확히 쓰네노 같은 모습이었다. 굶주리고 해진 옷차림이지만 마치 줄곧 여기에 오고 싶었다는 듯이 날카로운 눈매로 도시를 돌아보는 지친 이방인 말이다. 그 경고는 쓰네노의 에치고 억양처럼 쉽게 눈에 띄고, 화재 종소리처럼 분명하고 끈질기게 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계속해서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 P121
1787년 여름에는 며칠 동안 계속해서 폭도들이 에도의 쌀 도매상과 소매점, 사케 양조장, 그 밖에 물품 부족과 높은 물가에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표적으로 삼았다. 폭도들은 절구를 깨뜨리고, 가구를 부수고, 옷가지를 진흙 바닥에 짓밟고, 부엌 세간을 하수구에 던져버렸다. 쌀 양동이를 거리에 내동댕이쳐서 깨뜨렸다. 부주의한 행동 그 자체가 중요했다. 매점매석에 항의하는 것이지 훔치려는 게 아니었다. 낟알이 골목 곳곳에 쓸데없이 굴러다녔지만 셋집의 솥단지는 여전히 텅 비었다. 결국 며칠 동안 난장판이 벌어진 끝에 수백 곳의 상점이 박살 났다. 대부분 도매상과 사케 양조장이었지만 쌀 소매점도 몇십 곳이 피해를 보았다. 덴메이 폭동으로 알려진 1787년의 소요를 겪으면서 쇼군의 관리들은 이미 도시 장악력을 상실했음을 깨달았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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