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국경을 넘는다는 행위를 경계해왔다. 줄곧 자신들의 국경을 단순히 근처에 그어져 있는 선이 아닌, 행위를 제한하는 경계선으로 인식해왔다. - P226

일본에는 일본인이라는 것에 대한 완고한 정의가 존재한다. 일본인은 경계 안에 있고, 나머지는 모두 바곁에 있다. 귀화라는 개념이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다른 나라들이 귀화를 받아들이는 만큼이나 완고하다. 귀화와 같이 정해진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일본에 살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P229

일본의 단어들은 자체적으로 순화되기는 했어도, 진정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들은 아직 일본의 문도 두드리지 않았다. 정치적 올바름이 가져다준 성취와 그 반면의 끔찍한 불편함 또한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것을 매우 수상쩍게 여긴다. 그러한 경향은 19세기 중반 미국의 군함이 무역의 탈을 썼으나 사실은 누가 봐도 제국주의 착취의 시도라는 목적을 갖고 등장했을 때에 대폭 심화되었다. - P230

일본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을 언제나 자신보다 뒤떨어졌다고 생각했고 이용할 대상으로만 여겼다. 스스로도 제국주의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처지였던 일본은 자신들이 동경해 마지않았던 서구 열강을 모방해서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 중국 및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 승리하고는 한국을 병합해 이른바 국경을 확장해나갔다.
20세기의 초반에 이런 작업에 성공했던 일본은 식민 지배의 야망을 결국 아시아의 나머지 지역에까지 확대했다. 이런 식으로 타국의 국경을 파괴하던 행위는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슬로건 아래 행해졌다. 이 문구는 서구 열강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자비로운 일본의 리더십 아래에 아시아를 경제적·정치적으로 통합한다는 생각을 내세우고 있었다.
동시에 일본 국내에서 이 문구는 아시아 대륙으로의 확장주의를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일본(혹은 일본 정부의 일부 인사)은 서양 제국주의의 위험으로부터 아시아의 불행한 나라들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을 통해, 일본인과 일본 자본이 침략해들어갈 구실을 찾고자 했다. "아시아는 아시아인에게"가 그때 사용되었던 구호다. - P2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