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을 찬양하는 일련의 문화는 다도로부터 탄생했다. 이는 세심하게 낡고, 과시적으로 가난하고, 요란하게 정갈한 식탁과 같은 형태로 드러난다. - P139
일본은 친밀하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딱 잘라 거리를 두는 정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강하기 때문에 이방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일본은 여전히 은밀하기보다 노골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나라다. - P151
겉으로 잘 얘기하지는 않지만 일본은 한때 자국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을 열등한 동생 취급했던 과거가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 P174
광활한 수경재배 농장과 거대한 유통망을 자랑하는 현대의 일본에서조차 사람들은 여전히 제철 꽃과 제철 음식에 열광한다. 아마도 그렇게 함으로써 덧없음을 찬양할 구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P183
가령 전통 조경사가 여기 있던 바위를 두 가량 이동시키고 대나무 수풀을 1~2미터 정도 뒤로 옮겨서 산이 바라다보이던 조망이 사라졌다고 하자. 일본에서는 이런 인위적 변화의 결과물을 자연 그대로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혹은 일본 전통의 꽃꽂이인 이케바나生花는 꽃을 꺾어다 다른 장소에 가져다놓고 배열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 있는 꽃生花‘이라고 부른다. 꽃은 꺾여서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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