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하루 종일 누군가와 재잘재잘 떠들게 되었고, 각종 플랫폼을 통해 타인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서비스들은 모두 연결, 소통, 비교, 인정 같은 인간의 사회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것들이다. 스마트폰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지 않던 사람과 소통하게 되었고, 비교하지 않던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었다. 이런 연결은 우리의 사회적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사회적 스트레스를 키워 놓았다. 조직적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집단주의적 충동, 화려한 삶을 사는 이들에 대한 질시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 P15
스마트폰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우리의 일상을 어딘가에 기록으로남기고 있다는 말이었다. 기업은 곧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우리의 숨겨진 욕망과 대화를 분석해 우리 자신보다도 스스로를 잘 하는 존재로 거듭났다. 물론 거대 기술 기업들이 특정 개인을 찍어서 감시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개인을 갈수록 더 잘 읽어내고 있으며, 우리는 높은 해독력을 지닌 시스템의 통제와 간섭을 경계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이 인간의 역량을 증진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약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 P16
한국은 2002년 월드컵 당시 민족주의로 세계를 놀라게 했으나, 10년이 지나자 자국이 지옥이라는 자조가 넘실대는 국가가 되었고,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독특한 자부심을 뽐내는 나라가 되기도 했다. - P18
그렇다면 과연 한국 사회의 어떤 요소가 한국을 시대의 급류에서 맨 앞에 서게 한 것일까? 사회를 일원적으로 바라보고 모든 이들을 서열화하는 위계성, 그 피라미드 속에서 어떻게든 위계를 거부하고 상승하고자 하는 상향심, 모든 이들이 표준적인 대세를 따르고자 하고 남들도 대세에 따르게 만들고 싶어 하는 적극적 집단주의, 국가가 해주는 것이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국가가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다고 믿는 모순적 국가관, 도덕을 통해서 발언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누구보다도 세속적 상향을 원하는 이중적 심리, 아마 한국 문화의 이런 요소가 세계화 정보화라는 변화를 맞닥뜨려 이 사회에 무언가 유별난 결과물을 만들어내 이 사회를 ‘미래‘로 끌고 간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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