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기‘는 일본 사회가 다른 어떤 집단보다 더 정교하고 순조롭게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이 발명해낸 ‘허구‘ 또는 ‘신화‘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 P9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에 자기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는 겁니다. 단지 그걸 말로는 절대 표현하지 않는 거죠. 일본의 도덕은 자기가 실제로 하고 있는 행동의 규범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금하고 있고, 그걸 말하면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말했다는 것을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거지요. 이게 일본의 도덕이에요. - P20
대단히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당시 기자가 거듭 언급했던 ‘공기‘라는 단어였다. 그는 정체 모를 ‘공기‘라는 것이 자기 의지의 결정을 속박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요컨대 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과 논의한 결과로 도출된 결론이 아니라 ‘공기‘라는 것이었는데, 마치 사람이 진짜 공기로부터 도망칠 수 없듯이 그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가 결론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논리적 결과라서가 아니라 ‘공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채택 여부는 ‘공기‘가 결정한다. 그러니까 뭔가가 ‘공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경우에는 반론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 누구도 공기를 상대로 따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21
일본인은 통상의 논리적 판단의 기준과 공기적 판단의 기준이라는 일종의 이중 기준double standard에근거하여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보통 때는 논리적 판단의 기준에 따라 말하지만, 진정한 결단의 기초로 삼는 것은 ‘공기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공기적 판단 기준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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