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존엄이 없는 생활 속에서 살아 있다는 존엄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모든 보통 사람의 기본적인 바람이다. 이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바람이 하나 또 하나 쌓이면서 인류의 이상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 P263
존엄 없이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중국 인민들의 생존 현실이다. 따라서 중국의 문학작품들도 대부분 각종 문학적 양식으로 인간의 그 존엄한 삶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존엄 없는 삶을 체현하고 있다. 삶이 이렇다보니 문학적 체현도 이럴 수밖에 없다. - P264
오늘날의 중국 사회에서 상업과 공업은 권력과 결탁되지 않으면 이윤과 자본, 자본의 축적을 실현할 수 없다. 오늘날의 중국에서는 법률이 인간 존엄의 근본이 아니라 권력이 모든 사람의 존엄의 근본이요 그 보장이다. 존엄이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권력이 있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중략) 이 세계에는 중국 작가들처럼 글쓰기에 있어서 권력에 대한 인식과 묘사에 그렇게 집착하는 나라와 작가들이 없다. 중국에는 작품에서 권력을 묘사하지 않는 작가가 없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중국 문학의 한 가지 특별한 현상이다. 왜 이렇게 문학이 집중적이고 보편적으로 사랑과 미움보다 권력에 집착하는 것일까? 권력이 바로 오늘날 중국의 모든 사람의 존엄에 대한 보장인 동시에 살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권력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그렇다. - P266
한마디로 말해서, 누구도 현실 앞에서 존엄하게 살고 있거나 생활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자 사실이다. 또한 유일함이자 필연이기도 하다. 이처럼 존엄이 없는 삶이 중국에서는 매우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운명으로 결정되어 있어 도피도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이런 상황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 P267
중국 작가들이 존엄을 지닌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속적인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세속적인 삶을 인정하려면 또 반드시 체제와 권력에 가까이 다가가고 의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많든 적든 권력과 명예를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 작가들이 필연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노선이다. - P272
우리는 신앙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믿음과 명예가 없이는 살 수 없다. 진리를 찾지 못할 수는 있지만 애써 찾아낸 진실과 성심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모든 사물에 대해 저항하고 투쟁할 수는 없지만 이 열악하고 용속한 환경에서 어떤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타협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을 할수 없다면 침묵하면 된다. 침묵 속에서 길거리 한쪽에 서 있을지언정 화려한 꽃과 박수 소리 속에서 길 한가운데를 걷거나 무대에 서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이렇게 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존엄을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다. - P277
작가들의 생활은 용속함을 피할 수 없지만 글쓰기는 장엄할 수 있고, 또 반드시 장엄해야 한다. 존엄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존엄한 글쓰기는 가능한 것이다. 존엄한 글쓰기가 있다는 것이 작가가 작가일 수 있는 유일한 기초다. 작가의 글쓰기가 이러한 독립과 장엄을 상실할 때, 그들의 글쓰기는 글쓰기라 할 수 없고 그저 먹고살기 위한 ‘일‘이 되고 만다. 배불리 먹고 따스하게 입기 위해, 살아 있기 위해 하는 출퇴근 같은 일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세속적으로 살고 있다고 해도 글쓰기는 반드시 장엄해야 한다. 여기서 장엄한 글쓰기는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문학 자체에 대한 장엄성이다. 중국 작가들은 현실 생활에서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문학과 생활이 분리되는 양상을 보인다. 생활 속에서는 살아가기 위해 세속을 탈피하지 못한다. 하지만 글쓰기에서는 세속을 벗어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장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중략) 둘째는 세속적 삶에 대한 장엄한 인식이다. 다시 말해서 세속적인 삶 속에서 세속을 써내는 것이 아니라 장엄함을 써내야 하는 것이다. (중략) 20세기 문학에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상대적으로 자아와 근본을 위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문학의 장엄성도 더욱 돌출되고 두드러진다. 셋째, 중국 작가들은 어떻게 장엄하게 글을 쓰는가 하는 것이다. 장엄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태도이자 입장이요 자각적 선택이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그다지 엄숙하고 장엄하게 생활하지 않는 사람도 남들처럼 장엄한 작품을 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장엄하게 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장엄한 작품을 써낼 수 있다고 보장하기가 어렵다. 이는 개인적인 생활 방식이 작품의 장엄성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의 장엄성은 생활과 문학에 대한 작가의 인식과 문학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작가의 생활관과 인생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 P281
나는 여기서 몇 가지 구호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싶다. 세속적 삶을 인정하더라도 그 세속 속에서 존엄을 갖춘 사람이 되자! 속세에 산다고 해도 세속적인 글쓰기는 하지 말자! 억지로 타인의 글쓰기의 존엄성을 요구하지 말고 자신의 글쓰기의 존엄성을 반드시 추구하자!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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