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치와 시장경제는 호랑이와 고기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정치가 시장경제에 일정한 관용과 부양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권력의 기둥과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넓은 관용과 운신의 공간을 제공하면,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를 철저하게 확보한 뒤 그런 자유를 위해 힘차게 달리고 약동하게 될 것이고, 그때부터 집중된 권력의 기반과 자리를 넘어뜨리거나 무너뜨리게 된다.
중국식 권력 집중과 상대적으로 느슨한 자유가 바로 중국식 정치와 시장경제의 관계다. - P234

문학은 한쪽은 상대적으로 개방된 경제와 한쪽은 고도로 집중된 권력의 모순된 조건 하에서 생존하고 호흡하며 발전하고 글쓰기를 진행한다.
권력의 집중은 문학의 음산한 하늘이다. 상대적 느슨함은 하늘에서 새어나오는 밝고 아름다운 햇빛이다. 그리하여 문학은 이처럼 때로는 흐렸다가 때로는 비가 오고, 때로는 햇빛이 쨍쨍하다가 때로는 바람이 부는 하늘 아래서 생장하며 꽃을 피우고 춤추고 탄식한다. - P236

문학이 권력과 정치를 만나 비문학적이고 무비판적이어서는 안 된다. - P239

중국인들이 직시해야 하는 문제는 문학이 정치를 멀리할 수는 있지만 생활은 정치에서 도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 P240

정치와 권력은 사람들의 생활과 생명의 모든 공간에 스며들어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작가들은 역사적으로 정치가 문학을 주기적으로 인도하고 간섭해온 상태에서 (오늘날까지도 변함이 없다) 문학이 정치로부터 멀어져야 한다는 집단적 공통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학이 정치에서 멀리 벗어날 수는 있지만 정치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일부가 될 때 사람들은 이런 생활과 인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제시하게 된다. - P241

정치가 모든 개인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을 때, 작가들이 집단적으로 정치를 멀리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인동시에 슬픈 일이기도 하다. 오늘날 중국의 느슨하면서도 복잡한 정치 상황에서 문학이 정치와 권력에서 이탈하여 거리를 두려고 한다면, 이는 정치와 제도가 싸우지도 않고 승리하게 하는 것이며 바로 정치와 권력이 생각하는 바를 만족시키는 것이 된다. - P242

지난 100년 동안, 특히 1949년 이후 예술 영역에서 중국 작가들이 혁명과 정치, 권력으로부터 받았던 지나치게 강렬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압박과 간섭에 기초하여 말하자면, 작가와 독자, 비평가들이 형성하고 있는 공통의 인식은 문학이 정치에서 멀어지면 일종의 ‘순수 예술‘이라 할 수 있고 현실과 정치에 가까이 다가가면 ‘엄숙‘하지만 순수하지 못한 예술적 가치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학의 순수 관념과 현행 중국의 문학예술 정책은 문학이 현실에 대해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회피할 것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격려하기까지 한다. - P246

‘강경한 글쓰기‘는 좀더 충분한 문학적 의미를 갖춘 ‘부드러운 글쓰기‘ ‘더 높고 큰 글쓰기‘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부드러운 글쓰기의 자양과 에너지를 흡수하여 이처럼 ‘더 높고 큰 글쓰기‘가 커포티의 ‘냉열혈‘을 뛰어넘고 20세기의 부조리 문학과 마술적 리얼리즘 문학의 장막을 뛰어넘어 좀더 새롭고 현대적인 ‘더 높고 큰 글쓰기‘ 이후의 중국식 소설 ‘홍루몽‘을 써낼수 있어야 한다. - P254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는 권력과 정치,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 때문에 나는 지금 보통 사람들과 보통 마음, 보통 사건들에 대한 감수성과 장악력을 상실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작음‘에 대한 민감성과 추구를 상실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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