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를 떠날 때, 사병들이 전부 나와 엉엉 울면서 나를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사병들과 나 사이의 감정이 전부 내가 직권 남용하고 자신의 권력을 확대했던 감정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중략) 이 모든 것이 나 때문이 아니라 권력 때문이었고, 지도원이라는 하찮은 직권을 마구 남용하고 확대한 결과였다. - P202
이때를 기점으로 반년 가까이 나는침대 위에 올라가 검토서를 써야 했다. 한장 또 한 장 반복해서 검토서를 썼지만 한 번도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나는 이미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농사를 지을 준비까지 해놓고 있었다. 아무리 써도 통과되지 못할 검토서라면 더 이상 수정할 것도 없고 더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부대의 최고 수장이 과일을 한 바구니 들고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내게 벌일 없을 거라면서 앞으로 부대를 예찬하고 조국과 영웅들을 찬미하는 작품을 좀 쓰면 된다고 말했다. 수장이 우리 집에 앉아 있는 동안 나는 너무나 감격하여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수장이 가고 나서도 나는 집 안에서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한편으로는 운명의 급전직한 반전에 감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깊은 곳에서 권력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이 솟아나왔다. - P208
권력은 오만함과 사악함, 그리고 음흉한 힘으로 가득 찬 거대한 악마의 지팡이 같았다. 이 지팡이가 사람들에게 은덕을 베풀 때는 많은 돈과 신선한 꽃을 가져다주지만 조금이라도 화가 나면 개인뿐 아니라 그 가족 전체의 운명까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바람이 열심히 길을 가고 있는 개미의 몸을 덮치는 것과 같은 꼴이 되고 만다. 개미는 바람에 날려 어디로 가게 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 P211
두려움은 이렇게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글쓰기가 내 생명의 일부가 된 것과 마찬가지다. 살아 있는 한 나는 글을 써야 하고, 글을 쓰는 한 필연적으로 초조와 불안, 두려움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두려움과 두려움으로부터의 도피로 인해 내 글쓰기에는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자세가 형성되었다. 고요한 밤에 아이가 들판을 걷고 있을 때,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나는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다고!"라고 외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는 무섭기 때문에 "무섭지 않아!"라고 외치는 것이고 큰 소리로 "무섭지 않아!"라고 외치기 때문에 더더욱 무섭고 겁이 나는 것이다. - P220
내가 진정으로 쓰고 싶었던 책은 이런 것이 아니라 ‘나는 왜 매일 한바탕씩 울고 싶은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허구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마음속 감정의 실록‘이다. 이 책에서 기술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쓸 수 있는지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몇 년 전 어느 날, 우연한 순간에 "매일 한바탕씩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 항상 그런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 P221
결국 삶이 반드시 나의 글쓰기인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나의 삶이다. 삶이 반드시 나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나의 생명이고 필연적으로 나의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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