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자포자기한 사람들이 대학 입학시험의 작문 과목에서 빵점짜리 글을 써내는 경우를 줄곧 봐왔다. 이 빵점짜리 작문을 읽어봤는데, 그들의 공통점이란 바로 자신의 생각을 진실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교육은 진실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전심전력으로 당신을 생각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 다음에는 수십 년 전의 교재를 사용해 이것은 옳은 것이고 저것은 그른 것이라고 가르친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생명의 위협은 없다. 다만 퇴학시키거나 빵점을 줄 뿐이다. - P164
우리의 교육은 인류에게 하늘이 부여한 것은 없으며 모두 교육이 부여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싶어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당신은 자연스럽게, 인류에게 권리 없으며 모든 것은 국가가 베풀어준 것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 P166
우리 작문이 중시하는 것은 노예를 양성하는 것이지 참된 성정을 도야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지성을 제약하는 논술문 같은 문체 역시 마땅히 작문과 함께 도태될 것이다. 우리 교육의 목적을 이야기하자면, 작문은 한 번도 우리에게 글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도리어 어떻게 하면 글을 못 쓰는지를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다. 작문을 잘할수록 글은 더 못 쓰게 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이해하는 능력은 더 감퇴하고, 안목은 더 천박해지고, 사유는 더 굳어지고, 식견은 더 좁아진다. 바로 이렇게 교육은 다시 한번 원하는 바를 이루어, 글을 읽을 줄 아는 문맹 한 명을 사회로 배출하는 것이다. - P171
내가 쓴 모든 소설에는 현대시를 풍자하는 장면이 반드시 등장하며, 나중에는 직접 한 편을 쓰기도 했다. 그것이 풍자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현대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꼭 있다. - P181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그들이 나를 욕하고 싶을 때 자신이 가장 장기로 삼는 시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고 보면 시인들도 다급해지면 그냥 시쳇말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단 말인가, 설마 위대한 현대시로는 부족하단 말인가? - P187
쉬즈모의 산문 또한 기본적으로 그의 연애편지 수법의 연속이기 때문에, 더더욱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가 화로 하나를 찬미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는 화로를 린후이인으로 삼아 써버린다. 마찬가지로, 그가 이 화로의 안 좋은 점을 쓰고자 할 때면 그것을 장유이로 삼아 써버리면 된다. 기본적으로 쉬 씨의 필법이란 곧 모든 사물을 대상으로 연애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산문은 번잡하다. - P191
나는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에 표현된 감정, 글솜씨, 그리고 진실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줄곧 강요되어왔던 ‘문재도‘나 ‘사상성‘과 같은 것은 가장 마지막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학은 아주 쉽게 정치의 시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줄을 잘 서면 숭고하고 양심적인 사람이 되며, 줄을 잘못 서면 완전히 똑같은 글을 써도 반동과 독초가 되고 마는 것이다. - P211
나는 이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우선 그들은 당신에게나 대가이지 나한테는 대가가 아니다. 다음으로 마오둔, 빙신, 바진의 글솜씨가 훌륭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불경한 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신공격이 아닌 다음에야, 대중이 정한 대가건 정부 공산당이 정한 대가건 상관없이 아무리 위대한 대가라 해도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이 나라에서 우리는 정치를 이야기할 수 없고, 관료를 이야기할 수 없고, 제도를 이야기할 수 없고, 부패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이제는 심지어 책 쓰는 사람들 이야기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나는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사상과 주제‘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않았고 순전히 글솜씨만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 P213
또 그때 말했던 "빙신의 책은 도무지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가 없다"고 한 것 역시 나와 천단칭의 솔직한 생각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책이 자신의 심미적 취향에 맞지 않아서 끝까지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할 권리가 있다. 만일 여러분이 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다고 한다 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몇몇 평론가들이 보기에는 빙신의 작품을 끝까지 못 보겠다고 말하는 것이 인격과 문학적 품격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란 말인가? 나로 하여금 억지로 빙신의 책을 흥미진진하게 보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인가. - P215
신중국 시기에 이르러 글 자체의 매력이 사상적인 올바름과 이데올로기적 필요로 대체되고 말았으며,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정부와 인민은 글솜씨가 훌륭한 진정한 문학의 대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 P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