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 대한 지원이 가장 필요한 것은 집단이 위기에 빠졌을 때입니다. 사회 질서의 해체가 멀지 않아 보일때, 배가 난파할 것 같아 보일 때, 전선이 완전히 무너져서 조직적인 저항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약자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정작 고비 때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장치를 마련해 두어야 할까요? 그것은
‘집단이 자아의 확대이고 다른 집단 성원이 자신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는 집단‘입니다. 자신 옆에 있는 사람이 단지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형태를 띤 자기 자신이다. 예를 들면, 젊은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노인은 ‘언젠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이다. 유아는 ‘과거에 그랬을 자신‘이다. 노인도 유아도 타자의 지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스스로 영양도 취할 수 없고, 이동도 자유롭지 못하다. 주위의 지원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식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지요. - P375

역설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개인을 향해 ‘예외적으로 선량하고 자비심이 넘치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요구할수록, 또 그 요구에 맞추어서 스스로를 만들어 갈수록 그 사람의 자아의 껍질은 강력해집니다. 반면에 그 사람이 타자와 공감하고 동기화同期化하는 능력은 저하합니다. ‘베푸는 자신‘과 ‘베풂을 받는 타자‘ 간의 강자와 약자 사이의 비대칭성의 벽이 점점 높아지고 두터워질 따름입니다. - P376

이것이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도달한 길입니다. 자신들의 세금을 자신들을 위한 서비스에만 충당하고 다른 시민에게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카운티 내의 빈곤층을 위한 행정 서비스가 중단되고 시민 생활이 곤궁한 상태가 된 것에 대해 그들은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것을 ‘행정 개혁의 성공 예‘로서 평가했습니다. - P378

미국 사회에서 이상적인 인격은 ‘자수성가한 사람‘입니다.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로부터 지원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지위도 재산도 위신도 모두 구축하는 인간을 존경하는 전통이 이 나라에는 있습니다. ‘개척자의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 P379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업적을 자랑하지만 그 사람이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바람에 집단의 수행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개인적 업적은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그 사람이 한 명 있는 덕분에 교사들의 연대가 밀접해지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져 직장에 미소가 넘치고 교육연구가 활성화되는 등의 일이 생기면 이 사람은 교사단의 일원으로서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교육의 성과는 교사 개개인에 대해 계측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집합체, 교사단을 단위로 보아야 합니다. - P401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 활동은 파고 들어가 보면 개인의 것은 없습니다. 집단이 주체가 되어 수행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집단은 지금 여기서 동시대에 같은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구성원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도, 아직 가담하지 않은 사람도 구성원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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