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었을 때 "왜 다자이 오사무는 내 이야기를 쓰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을 자주 만났습니다. 그런 종류의 망상‘을 갖는 사람이 정말로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닙니다. ‘왜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와 같은 경험은 수준 높은 문학 작품에서는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 P203
인류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후 쭉 계승되고 있는 이야기 중에 ‘사춘기 청소년이 겪는 상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사는 세계에 ‘골격과 축과 구조를 제공하는 이야기‘로,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태고부터 계속 이어서 말해져 오는 이야기의 ‘광맥‘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탁월한 작가만이 그 광맥에 닿을 수 있습니다. - P214
인간의 지성은 뭔가를 했을 때 자신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지 곧바로 알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발동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공부하면 이런 대가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움직이는 지성은 ‘지성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의 지성이 활성화되는 것은 ‘이것을 공부하고 싶은데‘ 왜 공부하고 싶은지 잘 모를 때입니다. ‘공부하는 것 이외에 이 찝찝함을 해소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공부한다‘, 그것이 배움의 왕도입니다. - P227
수요에 대응해 계속 새로운 학부와 새로운 학과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자금력이 있는 대학뿐이기 때문에 시장을 추종하다 보면 언젠가 소수의 거대한 대학만이 살아남아서 중간 규모와 소규모의 대학은 도태됩니다. 그리고 남은 거대 대학은 그 어느 곳도 서로 구별이 잘 안 되는 비슷한 곳이 되고 맙니다. 시장의 수요에 맞추어 자기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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