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코가의 기존 제설 순서가 일부러 여자를 희생해서 남자에게 혜택을 주려고 고안된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많은 예처럼 젠더 데이터 공백의 결과였을 뿐이다. 이 경우에는 관점에 공백이 있었다. 이 순서를 최초로 고안한 남자들은 - 당연히 남자들이었다 - 자신의 이동 패턴에 따라 필요에 맞게 순서를 정했다. 일부러 여자를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여자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즉 이 데이터 공백은 계획 단계에 여자를 포함하지 않은 결과였다. - P59
"교통 관리자들은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바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와 여자가 모든 면에서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화가 나서 헛웃음을 짓는다. "여성 승객들에게 물어보면 현 교통체계로는 해결되지 않는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 P65
비난은 여자들이 도시 공간과 대중교통 환경을 불안전하다고 느끼게끔 디자인한 설계자들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여자들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이 모든 것 뒤에는 젠더 데이터 공백이 존재한다. - P83
여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직면하는 위협적 행위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남자 일행이 있는 여자에게는 그런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 일행이 있는 여자는 이런 종류의 행위를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브라질 여성의 3분의 2가 교통수단으로 이동 중에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했는데 그중 절반이 대중교통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따라서 성폭력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남자는 어디선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들의 그런 이야기를, "나는 한 번도 못 봤는데?" 라는 무의미한 말로 너무나 쉽게 일축해버린다. 이 또한 젠더 데이터 공백이다. - P85
설계자가 젠더를 고려하지 않을 때 공공장소는 남성 디폴트가 된다. 그런데 현실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성의 신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은 매일같이 그 신체에 가해지는 성적 위협과 싸워야 한다. 세계 인구 전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데 현재 그 돌봄노동은 주로 여자들이 무급으로 한다. 이것들은 특수한 관심사가 아니라 보편적 관심사다. 그리고 공공장소가 정말로 모두를 위한 곳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세계 인구의 나머지 절반을 배려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제껏 살펴본 것처럼 이는 정의의 문제만이 아니다. 간단한 경제문제이기도 하다. - P97
한마디로, 공공장소를 설계할 때 세계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빼놓는 것은 재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선순위의 문제이며 현재는 고의든 아니든 여자를 우선시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불의이자 경제적 무지다. 여자들은 공공자원을 이용할 동등한 권리가 있다. 우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여자를 제외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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