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수정주의자들이 등장한 시기는 일본에서는 유럽에서든 1980년대 이후입니다. 전쟁의 현실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사회의 제일선에서 물러난 후에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종군위안부 문제, 프랑스와 독일의 "가스실은 없었다"라는 말은 거의 동시에 나왔습니다. 현장에서 그 일을 본 사람들이 죽고, 살아 있는 증인이 하나둘 사라질 무렵을 틈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전쟁 범죄에 관한 사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건 당연합니다. 일본, 독일, 프랑스 다 마찬가지로 전황이 나빠지자 자신들이 위반한 전시국제법 사례에 관련한 모든 문서를 조직적으로 은폐했기 때문이지요. - P286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기란 결국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은폐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얼마 동안은 감출 수 있겠지만 반드시 드러납니다. 은폐하는 당사자 자신이 ‘은폐된 사실‘의 진리성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은폐하는 자체로 진실은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밝혀집니다. 은폐된 시기가 길면 길수록, 은폐가 철저하면 철저할수록 폭로되었을 때 입을 손실은 큽니다. - P287
특정비밀보호법을 아베 정권이 필사적으로 제정하고자 한 이유 중 하나는 2007년 미국에서 공문서가 공개되면서 자신의 정치적 태생이 밝혀져 분노한 데에 있습니다. - P297
친미 우파와 반미 좌파는 개별적인 정치 이슈에서는 대립하지만, 이 책 <사쿠라 진다>에서 지적하듯이 전쟁의 책임 소재를 애매하게 만들어버리는 한편, 지난 전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신들의 세대가 무덤까지 가져가고 후세에는 알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똑같이 취했다. 우파는 자신들의 권력 정당성을 위협받지 않기 위해, 좌파는 시민들의 정치적 죄의식을 지워주기 위해서였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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