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아베 총리부터 아래로는 혐오 발언을 일삼는 극우 성향의 시민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향토에는 조금도 애착이 없으면서 유치한 전쟁 취미로 타 국민을 향한 공격성만을 드러내는 악성 내셔널리스트들이 애국주의의 깃발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 P10
전쟁을 알고 있는 제1세대, 그러니까 전중파戰中派는 패전경험의 본질을 은폐해왔습니다. 확신범처럼 그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너무나도 비참한 패전이어서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둘째는 전중파에게는 전쟁에 져서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기분이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 P20
일본은 패전의 경험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미국의 종속국이면서도 주권국가처럼 행동하고 있는 자기기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 P21
패전국 국민은 좀처럼 ‘나라를 사랑한다‘는 말을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을 시작했고, 온갖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끝내 패한 나라의 모습‘을 긍정하는 데에 심리적 저항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셔널리즘이 성립하려면 자국이 벌인 부끄러워해야 할 범죄든 인류사에 자랑할 만한 공헌이든 똑같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국가가 한 모든 일을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국민만이 ‘깔끔한 내셔널리즘‘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은 것만을 받아들이고 변변찮은 일에 관해서는 모른다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제대로 된 내셔널리즘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 P33
"미일동맹밖에 없다"고 떠들어대는 사람은 일본이 종속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외교 관계일 뿐, 주체적으로 선택한 동맹이 아니라는 사실을 외면합니다.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외교 관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조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P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