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지지자들은 지금 진행 중인 개혁 성과를 철저하게 완수하고 미국과의 정치적 · 경제적 대립 속에서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국가지도력이 요구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평이 보기에더 합리적인 것은 시진핑 주석의 일인집권체제보다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였다. "공산당은 전통적으로 당원 및 노동자, 농민 집체에 의지하여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데, 개인의 의지가 당의 의지를 대변할 경우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다중이 원하는 바와 배치될 수 있습니다. 공산당은 하나의 집체적 지도체제이지 한 개인이 집체를 지도하는 체제가 아닙니다." - P161
"노동자나 농민으로서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마오 시기에 대해 긍정적인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 시대에 정치적 박해를 받은 정치 엘리트, 지식인, 자본가 계급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고 있겠죠, 문화대혁명에 대한 논쟁은 1980년대에 유행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별 관심도 없고 학계에서만 논의되고 있을 뿐입니다." - P162
한국이나 미국처럼 중국인들이 국가 지도자를 직접 선거로 선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향후에 가능할지 묻자 진평은 고개를 내저었다. "가까운 미래에 중국 현대사에서 항일 투쟁과 국가 건설, 경제 발전 등 이미 공산당이 이룩한 역사적 성취와 견줄 만한 업적을 보여줄 다른 정당을 상상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 P163
진평은 마오 시대에 처음으로 농민들도 자신의 토지를 소유하게 되었고 그 기억을 대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청조의 봉건사회가 와해된 뒤에 중국의 토지 문제를 해결한 정치세력이 민심을 얻은 것은 역사적으로 필연적인 귀결이었습니다." - P165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빈부 격치에 대한 진평의 반응이 계속 모순적인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는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중국 사회에서 주택·교육·의료 등 사회적 자원이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현상 속에 존재하는 능력주의, 우승열패 등의 합리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노력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괴롭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 P168
어느 사회에 나 물질적 가치를 통해 계층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욕망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정치적 · 도덕적 명제 사이의 모순과 간극이 존재할 것이다. 인생에서 돈은 중요하지 않으며 돈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며 끊임없이 남들보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학교를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일 수도 있다. 다만 중국의 경우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과거 사회주의가 지향했던 공정과 평등의 이상,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현재 중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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