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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평점 :
저자의 견해를 요약하면, 일반적으로 자연환경을 짓밟고 생태계를 파괴해 왔다고 인식되는 공업화와 경제발전이 사실은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호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농업이 기계화되고 질 좋은 비료를 사용해 더 작은 면적의 농지에서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생산 효율이 올라간다면 농지로 사용할 땅의 면적이 줄어들어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야생종 동식물이 보존될 것이며,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생산이 현대화되어 석탄이나 원자력 등의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더 이상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어 삼림 파괴가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자연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발전해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되어 출산율이 줄어들면 인구가 점차 감소해 결과적으로 인류에 의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어 환경보호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는 내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깨끗한 에너지'라고 인식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이 환경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는지도 지적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현재 인류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에 어마어마한 넓이의 땅이 필요하고, 그만큼의 땅에 발전소를 짓는다면 환경이 그만큼 파괴될 것이다. 특히 풍력 발전소의 경우, 철새나 곤충이 다니는 길에 자리한 경우가 많아 보호종에 속하는 철새들이 길을 잃고 죽게 되거나, 곤충의 개체수가 급감해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다.
저자의 최종 결론은, 현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완전히 탄소 중립(친환경)적이면서도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량을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은 원자력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원자력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대단히 안전하며, 현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원자력에 대한 공포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체르노빌과 일본 원전 사고의 피해 역시 과장된 것이라고 근거를 들어 밝히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원자력 발전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너무나 다른 얘기라서 완전히 수용하기는 힘들었지만 사실상 현재 원자력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저자의 말에는 공감이 갔다.
물론 현재 환경보호를 위해 행해지는 노력들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플라스틱과 비닐을 적게 쓰고,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에너지를 덜 소비하려 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다만 플라스틱을 계속 이대로 소비하다가는 몇 십 년 안에 종말 수준으로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느니 하는 '종말론적'인 환경주의는 사실상 환경보호와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당 부분 감성을 내세운 이들의 주장을 여러 가지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