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미국 품에 안긴 일본은 허구에 지나지 않지만, 정치나 경제영역을 보면 그런 관념의 토대 위에서 대미 종속 체제 내의 엘리트들이 결정한 방침이 실현되고, 그 프로파간다가 국민 사이에 널리 유통되고 있는 - 허구이기는커녕 이 관념이야말로 유일한 ‘현실주의 적인 국가 방침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 것은 현실이다. 바꿔 말하면, 허구가 현실을 대체하고, 그것이 ‘현실 속의 현실‘에 다다르고 싶다는 거센 충동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 P81
패전 직후, 헌법 개정을 심의하던 국회에서 헌법 담당 국무대신이었던 가나모리 도쿠지로 는 일본인에게 천황이 ‘동경의 중심‘이라고 적절하게 정의했다. 그리고 풍요의 빛을 눈부시게 발산하는 아메리칸 웨이 오브 라이프(American way of life, 미국식 생활)를 중심으로 한 아메리카니즘 또한 전후 사회에서 ‘동경의 중심‘이 됐다. - P82
전전까지 포함해서 근현대의 일본 사회에서 ‘근대화‘는 늘 지상 명제였고, 그때의 ‘근대성 이미지를 참조할 만한 모델로서 미국이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유력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전후에 비약적으로 강해진다. - P83
‘전후의 국체‘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정치사적 사실 차원에서는 국민 생활의 정신사적 사실 차원에서든 미국(적인 것)의 존재를 참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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