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년대 이후 일본의 외교 정책은 본질적으로 한 가지 목표를 최우선으로 했다. 아시아 대륙에서 특정 국가가 패권국으로 재등장하는 것을 막겠다는 목표였다. 처음에 일본은 러시아가 곧 그 국가가 아닐까 엄려했다. 하지만 1911년 쑨원의 신해혁명이 있고 나서부터는 대륙에서 일본의 군사 외교 정책은 중국에서 통일된 독립국가가 출현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점점 더 초점이 맞춰졌다. - P577

일본은10세 소년의 전략적 지능을 가진 국수주의 과격파들의 손에 나라의 외교와 안보를 넘겨주고 말았다. 그렇게 전쟁에 패하고 미국에 점령당한 일본이 강력하고 위협적인 이웃 국가 중국의 등장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외부 국가의 힘을 이용해 ‘힘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지난 한 세대에 걸쳐, 일본에 아무런 발언권이 없던 형태에서 일본이 자발적으로 미국의 말에 따르는 형태로 천천히 바뀌어왔다.
일본 우익 중 일부는 마침내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벗어버리고 스스로 충분히 위협적인 나라가 되어, 중국이 일본의 요구에 맞추어 협상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을 꿈꾸기도 한다. 혹은 최소한 일본이 베트남과 필리핀 같은 나라들과 동맹을 맺어 중국을 포위하는 형세를 만드는 것을 꿈꾼다. 한 세기 전이었다면 실행해볼 만한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을 벌였다가는 제1차 세계대전을 불러왔던 1914년 유럽의 자멸적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에게는 현실적으로 오로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중국과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루어 공존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드는 것이다. 일본이 왜 후자를 더 선호하는지 수긍이 가기는 한다. 하지만 길게 내다보면 그것이 더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다.
- P578

미국의 엘리트 지도층은 일본을 미국의 군사적 자산, 미국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미국의 꿈은 미국의 품안으로 들어가 중국과 직접 맞대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민당의 꿈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무모하다. 그 꿈이란 미국이 역사적으로 북미 대륙에서 아무런 잠재적 위협도 없고 아무런 잠재적 도전도 받지 않던 상황을 어떻게든 전 세계로 확대하고 싶은 것이다. 망상에 빠진 미국의 군사 전략가들은 이런 상태를 ‘전방위 지배‘라고 부른다.
- P579

아시아에 머물고 싶어하는 미국의 바람보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떠나기를 원하는 중국의 바람이 훨씬 더 강하다. 중국은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많은 것을 걸고 장기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은 중국만큼이나 일본에도 운명이 걸린 일이 될 것이나,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 사실이 명확해지는 날 미일 ‘동맹‘은 무너지고 일본은 외롭게 홀로 남겨질 것이다. - P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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