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해 정권을 차지할 것처럼 보이자, 검찰과 주류 언론들은 야심찬 정치인들이 체제 질서를 위협할 때마다 항상 사용하던 주특기를 꺼내들었다. 모호한 선거법 위반으로 문제의 정치인을 걸고 넘어져서, 그 조사과정을 뉴스로 만들어 언론에 대서특필하는 방법 말이다. - P513
관료와 자민당과 기성 재계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층의 상당수는 주권의 핵심 부분을 미국에 맡기는 것이 자신들이 국내 상황을 지속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치러야만 하는 타당한 대가라고 줄곧 자기합리화를 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품에서 안정을 누리는 일은 미국의 자비심에 달려 있다. 그리고 미국처럼 변덕스러운 나라로부터는 늘 자비심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의 여론을 감시하고 주도할 수 있는 재단, 언론인, 정부 관리, 학자들로 이루어진 막강한 네트워크를 수십년에 걸쳐 구축해왔다. 미국 내에 있는 대규모의 일본 기업 커뮤니티도 ‘일본 주식회사‘의 현지 지사 역할을 맡아 이 네트워크를 측면 지원한다. 일본이 미국의 대일 정책에 영향을 행사해야 할 때 미국 내에 있는 자생적인 우호 세력만 믿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520
전문가들이나 해당영역의 풍부한 지식을 갖춘 관료들 없이 나라를 다스리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도로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관료들이 점차 오만함을 갖게 되고, 자신들이 하는 일에 간섭하는 모든 유의 시도를 경멸하게 되면서 결국 사회 전체의 발목을 잡는다. - P527
일본 관료 조직의 고위 정책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여전히 전쟁 전 관료들과 같은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당시에는 ‘천황의 신하였고, 요즘에는 ‘일본의‘ 신하이지, 스스로를 유권자들의 공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선거로 뽑은 더럽고 욕심 많은 정치인들은 더더욱 그들이 섬길 대상이 아니다. - P528
노다의 승리는 많은 사람에게 민주당이 과거의 정치로 회귀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애초에 사람들은 바로 그런 유의 정치를 타파하라고 민주당에 투표했었다. 노다가 당선된 이유는 단지 다른 후보들보다 적이 더 많지 않아서였을 뿐이다. 유권자들의 입맞에는 어떤지 몰라도, 그의 무색무취함이 역설적으로 당내 다양한 파벌과 관료의 입맛에 맞았던 것이다. - P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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