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시대를 거쳐 20세기로 접어들며 일본 민족의 순수성‘과 ‘독자성을 점점 강조하게 되면서 오키나와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이들은 외국인이 아니었지만 순수 일본 혈통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로 인해 오키나와 사람들은 두 가지 의미에서 차별을 견더야 했다. 하나는 완전한 일본인이 아닌 것에 대한 차별이었고 또 하나는 이들을 완전한 일본인으로 만들기 위해 행해진 강압적 조치들이었다. 이 조치들 중에는 그동안 오키나와를 오키나와이게 했던 종교, 언어, 예술과 같은 그들만의 독특한 제도 및 관행들에 대한 탄압도 포함되어 있었다. - P505

이들은 자국 정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총알받이로 지정되었고, 대규모 집단 자살을 강요받았으며, 마침내는 사실상의 영원한 군사 점령지가 되었다. 그것도 점령국인 일본 본토가 아닌 제3국인 미국 군대에 의한 점령이었다. - P506

자발적이건 아니건 자국의 운명을 남에게 맡긴 나라들은 보통 그 대가를 치른다. 타국의 통제하에 있는 대규모 군사기지가 눈에 거슬리는 형태로 자국 영토위에 자리 잡고, 가꾸지 않는 땅에 어쩔 수 없이 잡초가 자라듯 그 반경에는 매춘굴과 수상쩍은 술집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자국의 소유가 아닌 군사기지가 들어서 있을 때 가장 눈엣가시와 같은 일은 현지 여성들이 몸을 파는 대상이 자국의 젊은 남성이 아니라 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외국 군대의 제복을 입은 외국인 군인들이 자기 나라인 양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보아 넘겨야 하고, 그 군인들이 저지르는 크고 작은 범죄도 감수해야 한다. 다른 나라 부대의 마크를 단 차량이 도로를 질주하고, 요즘에는 외국 전투기들이 요란하게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 P508

후텐마와 헤노코를 둘러싼 사건들은 워싱턴과 도쿄의 정치 지도자들간의 미일 동맹을 내세운 화기애애함과, 소위 ‘동맹‘이라는 것은 더 이상 순종할 의사가 없는 피점령국 사람들의 순종에 달려 있다는 현실 사이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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