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잠깐이라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곳에 두 가지 상반된 세계가 공존한다는 것을 안다. 어둠의 세계가 빛의 세계에 마치 사악한 쌍둥이처럼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빛의 세계에는 숨 막힐 정도의 세련됨이 일본의 미술품과 디자인에 녹아 있고, 양가의 부인이나 고위 관료들이 사용하는 일본어의 절묘한 뉘앙스 및 형식미에도 스며들어 있다. 비즈니스 미팅에서부터 각종 공식 만찬과 황실 행사를 아우르는 일본의 모든 의식에는 우아함이 넘친다. 반면 어둠의 세계에는 도쿄와 오사카 같은 대도시의 길거리에서 접하는 난잡하고 광적인 풍경이 있다. 거기에는 폭력배들의 위협적인 말투 및 몸짓에서 드러나는 계산된 무례함이 있고, 가부키정과 난바에 있는 술집과 카바레들의 음탕함이나 추잡함에 흥청망청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기모노나 샤넬 정장을 입은 고전적인 일본 미인 곁에는 앞 장에서 보았던 호스티스나 갸루가 있다. 짧은 바지와 단정한 머리에 넥타이를 맨 영민한 젊은 남자 옆에는 왁스로 뾰족 세운 머리를 한 체 소음기를 뗀 오토바이를 타고 폭주하는 친피라가 있다. 요새는 자신이 집착하는 물건들의 잔해로 가득한 지저분하고 좁은 방에 사는 오타쿠도 점점 늘어난다. - P467
오자와는 수많은 일본인을 당혹케 만든 일본 정치의 암묵적이고도 공고한 특징들을 체현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동시에그는 일본에서 그 특징들을 청산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자와의 청산 방식은, 그 특징들로 인해 이익을 누리던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었다. - P468
일본의 정치는 어떤 정치인이라도 언제든 이런저런 법률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는 환경에서 작동하고 있다. 법률은 모호한 문구로 쓰여 있기 때문에, 누구를 어떤 근거로 기소할지 결정할 때는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이들은 다나카에 의해 밀려난 지난 한 세대 동안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본 정치에서 성공하려면 개혁가로서의 면모를 그럴듯하게 연기해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진짜 목적은 개혁의 정반대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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