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인 미국 정부는 일본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갖춘 진정한 우방이 아닌, 미국에 의존하는 고분고분한 국가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 P420
일본에서 정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시장을 간섭하고 통제하며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정치의 존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 P421
일본에는 국가 중앙권력과 직접적인 상관이 전혀 없는 다양한 상징과 권위의 원천이 자유롭게 존재한다. - P421
메이지 지도자들이 무대에서 사라진 이후로, 일본 정치에는 의심의 여지 없는 명확한 통치권을 갖는 권력 집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경쟁관계에 있는 권력 집단들 사이의 분쟁에 대해 온전히 합법적인 판단을 내려줄 제도적인 절차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이 전혀 승산 없는 전쟁을 일으켰던 것 또한 공개적인 정치 절차가 없었던 데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 P424
일본이 필요로 했던 정치 시스템은 권력에 도전하는 잠재 세력들을 필요에 따라 흡수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정치였다. 막강한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 또는 그 부처들과 다른 세력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정치였다. 그리고 해외 국가들에게, 일본이 그들에게 친숙한 정당과 선거와 총리와 법원과 같은 제도를 통해 운영되는 나라라고 안심시켜줄 수 있는 정치였다. 이러한 정치 시스템을 ‘1955년 체제‘라고 부른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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