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무라이들이 무예를 실전에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실전경험이 역사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면서 사무라이들의 기풍은 역설적으로, 상관에 대한 절대적 복종, 어떠한 명령도 죽음을 무릅쓰고 따르는 자세, 나약함과 물질적 편안함에 대한 경멸 등을 강조하며 점점 더 완고하게 군대식으로 변해갔다. 특히 마지막 항목은 정치적으로도 유용했는데, 사무라이 계급의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도쿠가와 막부의 첫 한 세기 반 동안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쌀로 지급되는 고정 급료에 묶여 있던 사무라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자신들보다 신분이 빛은 사람들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대부분 가져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 결과 많은 사무라이는 신분의 우월성에만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 P101
외부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현대 일본의 수많은 모순은, 에도 시대에 존재하던 공식적인 시스템의 구조와 실제 사회의 간극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20세기 말 일본은 역사상 가장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거둔 나라인 동시에 꽉 막힌 일굴 없는 관료주의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한 오사카 상인 집안들과 점검 경직화되던 사무라이 계급의 선례를 생각하면 그다지 혼란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충성과 자기 부정을 광기의 수준으로까지 가져가면서(사무라이들의 자기희생 컬트,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 과로사할 때까지 일하는 현대의 샐러리맨), 또 한편으로는 기괴한 비디오, 게임이나 헨타이 (변태적 성욕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망가, 괴상한 패션으로 대변되는 엉뚱하고 전위적인 예술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뿌리도 에도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 P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