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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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이란이라는 한 나라가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 벌이는 잘못된 행동으로 판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이란인들이 그들의 자유를 지키려다가 감옥 속에서 죽지 않기를, 이라크와 전쟁으로 목숨을 잃지 않기를, 온갖 억압 속에서 고통받지 않기를 소망한다."

전쟁, 혁명, 저항과 폭압의 역사를 서술한 책에서 끝자리를 얼버무리며 수천명이 혹은 수십, 수백만여 명이 죽었다거나, 다쳤다거나, 추방당했다거나 하는 내용을 접하면 '참 차갑다'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그 숫자들이 하나에 하나를 더해 나가며 만들어졌고, 그 하나, 또 하나의 사람들이 모두 누구인가의 부모이며, 누구인가의 자녀이며, 누구인가의 친구이고, 동료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려면 애를 좀 써야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이야기이면서 모두의 이야기이도 한 당사자의 증언은 참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페르세폴리스를 보면서 지금도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고문당하며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음을  억지로 애쓰지 않고도 기억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용서는 해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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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현지회화 무작정 따라하기 무작정 따라하기 일본어 2
후지이 아사리 지음 / 길벗이지톡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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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어 한 마디 못해도 라면 사 먹는데 지장은 없었다. 손가락으로 라면을 가리키며 눈빛으로 호소하면 거의 통하니까..

여기저기 무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파일을 찾아다 받아 두긴 했는데 영 의욕이 안 생기는 건 돈을 들이지 않아서지 싶어서 돈들여 책을 샀다.

꽤 실속있는 구성에다 발음도 맘에 들었다.

에~~ 근데 내가 알고 있는 일본 사람들보다 말을 좀 간질간질하게 한다는 것만 빼면. 아니면 내가 아는 사람들이 말을 좀 터프하게 하는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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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1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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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바쁜 틈을 내서 산을 찾았다 길을 잃고 다리까지 다친 채 어린 아들과 함께 조난당한지 5일째.

아빠는 유서를 적어 품안에 넣어 두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 "조금만 있으면 엄마한테 갈 수 있어" 하며 지쳐 누운 아들을 위로하는데

아들은 "아니야" 하며 엄마가 병원에서 했던 얘기를 떠올린다.

"근데 사실은 밥을 먹을 수 있고, 밤에 잘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거야. 다이시의 행복을 떠올리면 엄만 이 두 가지 밖에 안 떠올라. 근데 만약에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두 가지 행복을 누릴 수 없을 때는, 포기하지 말고 엄마를 불러."

그리고 있는 힘껏 목청을 돋궈 소리질렀다. "엄~마 밥~줘" 아빠는 유서를 꺼내 쫙쫙 찢어버리고 아들과 같이 소리질렀다. "엄마, 엄마"

그 소리가 마침 이들을 찾고 있던 구조원들을 불러들였다.

위기와 고난에 맞서 발바닥 아래서부터 온몸으로 용기와 지혜를 끌어내며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어떤 사람은 살아남고, 어떤 사람은 죽어버린다. 그리고 결국 죽는 사람이 더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민간산악구조 자원봉사자인 이 만화의 주인공은 살아 남은 사람에게도 죽은 사람에게도 "잘 참아 내셨습니다. 잘 견뎌 내셨습니다." 하며 두 손 모으고, 머리 숙여 인사부터 한다.

끝이 어디일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때, 잘 견뎌내는 것이 필요하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을 때 틈틈히 꺼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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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 2008-04-0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고민하게 만드는군요.
오늘 누나와 석남사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야 넌 이제 등산 같은 거도 해야 된다." 이러더군요. 등산이 건강에 최고라나.
그런데, 나는 저런 상황에서 누굴 부르나.
"......~~!"


씨이 2008-04-0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는 주로 만국의 아는 신을 다 불러대며 기도합니다.
 
윈난 - 고원에서 보내는 편지
이상엽 외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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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다음 책을 기다리다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받아 들고서는 사진만 보고 넘어가도 될까, 글도 꼼꼼히 읽어야 할까 좀 난감했다. 사진은 카메라가 향한 곳 뿐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선 사람의 마음도 잘 보여주는구나 생각하며..

그러다 역시나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을 보고 있는 박노해의 사진과 글에 마음이 멈추어 섰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는 그 아름답다는 석두성의 계단밭을 보며

'장엄한 인간의 노동과 삶의 의지'를  떠올리고, 공기 희박한 계단밭을 오르내리며 뼈빠지게 일하면서 중화제국의 한족들과 가족제국의 남자를 모시며 살아온 윈난 여자들의 삶을 생각하는 그 마음에 내 마음이 겹쳐졌다.

그의 글을 읽으면 꼭 가지치기를 당하는 것 같다. 모양새 내느라 달아 매 놓았던 이파리도 떨구고, 이리 삐죽 저리 삐죽 삐져 나온 잔가지도 쳐 내고. 내 눈 앞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릴 것 없이 드러나서 부끄럽고 춥다. 

지나가는 관광객으로는 윈난에 가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윈난에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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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 2008-02-2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카메라를 들고 선 사람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는 언니 말이 계속 머리에 남았어요. 베트남에서도 그 얘기를 했더니 두 언니도 공감하시더라구요. 읽고 싶지 않았던 책이지만 박노해 시인이 쓴 부분은 읽고 싶어요. 그래서 추천 꾸욱~!

marr 2008-03-1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으시는군요.
어떻게 정말 우연히(이리저리 서핑도중)발견했는데, 제가 알고 있는 님이신듯 합니다. 잘지내시는지요? 곧 뵈어야 할 텐데.

씨이 2008-03-14 09:24   좋아요 0 | URL
누군지 알겠다.ㅎㅎㅎ
찾지 말라는데 굳이 찾아오시는 님같은 정겨운 분들이 계심을 알고 좀 부끄러워져서 글쓰기가 주춤거려지고 있는 중이옵니다. 게다가 워낙에 게을러서...
저는 잘 지내고 있고요. 조만간 뵈요.
 
차별철폐정책의 기원과 발자취 - 차별의 벽을 넘어 평등의 세계로
테리 H. 앤더슨 지음, 염철현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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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든 생각은 "왜 이런 책이 있는 걸 몰랐지?"였고, 곧이어 든 생각은 "왜 이렇게 비싸?"였다.

주위의 많은 이들은 하드커버를 싫어한다. 하드커버는 '이책은 비싼 책임'이라는 알림장 같아서. 그렇지만 책의 두께나 저자의 명성이 아니라 책을 쓰면서 들였을 노력으로 값을 매긴다면 이 책은 그렇게 비싼 책은 아닌 것 같다. 번역도 깔끔하다.

우리사회의 '차별철폐'에 관심있는 사람이거나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역자가 서문에서 쓴 것처럼 "실증적인 사실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의) 차별철폐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시작과 전개과정,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시기마다 등장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연방의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주정부와 관계기관, 언론, 학계, 여러 관련 단체와 기관들의 견해와 주장들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자세로 제시해 그 시대의 주역들이 차별철폐정책을 정의내리게 했다."

나는 정책이 입법화되는 과정도 그렇지만, 일단 법률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저항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깊게 하는데 그 법률을 활용하는 방식에 더 눈이 갔다. 법을 만드는 것은 그래서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일 뿐이었다.

각 시기마다 차별철폐정책을 전진시키거나 후퇴시킨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잘 설명되어 있기는 하지만, 초점은 정치적 배경에 맞춰져 있다. 그 때문인지 저자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정책 결정에서 권력층의 선의 혹은 악의가 너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자세"도 가끔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를 들면 전쟁에 나가 죽을 병사의 부족이 군대내의 흑백통합을, 호황기의 노동력 부족이 작업장 내의 흑백통합을 밀어붙이는 압력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저자의 그 균형잡힌, 그래서 애매하거나 냉랭한 서술이 그렇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의 '말'을 통해 책을 보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이 냉랭함은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차별철폐정책에 관련된 풍부한 사실을 왼쪽으로 좀더 살짝 꺽어서 해석하고 싶은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각 시기별로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를 참고로 읽어나가면 좋겠다. 두 책을 합쳐서 읽고 차별철폐정책의 역사를 이해하면 그야말로 '딱'이다. 동일한 사건과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다.

부실한 '차별금지법'의 국회 통과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참에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마음이 무겁다. 어떤 법률이 존재하는지, 어떤 대통령과 어떤 당이 집권하는지가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책이 너무 잘 보여주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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