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 바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스티븐 캘러핸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이 '표류'여서 낮의 뜨거운 태양과 밤의 추위, 파도와 바람, 굶주림 따위를 꾸~욱 참으며 버티다가 누구에겐가 구조되는 스토리를 연상했다.

웬걸. 이건 표류가 아니다 항해다. 배가 너무 작고, 연약한 고무로 만들어졌고, 장비와 먹을 것, 마실 것이 너무 부족한데 갈길이 끔찍하게 멀었다 뿐이지, 현재 지점과 가야할 방향을 찾아내서 더듬더듬 비틀비틀 좌충우돌하며 목적지에 도달했다. 구조된 것이 아니라 도착했다.

산이나 바다나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거나 죽거나 하는 이야기를 연이어 찾아읽게 된다.

강인한 의지력이나 끝없는 인내심으로 위기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기 때문은 아니다. 내게 없는 의지력이나 인내심을 가진 것 같은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정나미 떨어진다. 

그보다는 세상이 나를 특별히 미워하거나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렇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나거나 말거나 하고 있음을 담담하게, 조용히 받아들이는 사람들,

추상적인 관념과 말로 상황이 나를 위로하도록 뜯어 맞추는게 아니라 경험과 지식을 한껏 쥐어짜고, 손발을 움직이며 문제를 극복해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서 위안을 얻고 싶어서다.

항해와 표류는 어차피 한끗발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거스를 수 없는 해류에 휩쓸려 가면서도 '이건 내가 정한 방향이야'라고 고집피우기도 하고,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도 '나는 표류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면.

마음도, 상황도 너무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오히려 담담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는데

겨우 해안에 가까이 도착해서 고기잡이 배를 만난 주인공이 하는 짓 땜에 책 끝머리에서 울컥 눈물이 났다.

<어부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바다에 의지하고 살아간다. 그들의 낚싯바늘, 미끼, 무기는 나의 것과 흡사하다. 옷도 소박하다. 아마 생활도 가난할 것이다.....

"아니 나는 괜찮아요. 물은 많이 있어요. 기다릴 수 있어요. 물고기를 잡아요. 물고기!">

그 상황에서 어부들의 소박하고 가난한 생활을 76일을 표류한 자신과 겹쳐 볼 수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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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 2008-10-0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쫌 써소. 와그리 바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