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왕 vs 중국황제 - 시대를 뛰어넘는 권력의 법칙
신동준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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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국왕 vs 중국황제 : 시대를 뛰어넘는 권력의 법칙

  일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권력은 인류의 역사가 공동체를 형성하기 무렵부터 존재 하였으며 권력을 차지한 사람은 그 시대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역사의 주인공이 된 이들이 역사를 주도하여 나간다는 영웅사관의 입장에 매료되어 그들을 모방하는 권력자들의 행동은 영웅사관으로 해석된 역사 속 인물의 다양성을 제한시키고 왜곡됀 모습을 좇는 어리석은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역사 속 군왕들이 결코 권력을 단순한 도구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권력이라는 거대한 힘가운데 나타나는 법칙을 알아내고 그것을 현명하게 다뤘으며 그 결과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본 서는 시대를 뛰어넘는 권력의 법칙과 그 법칙을 이해하고 적용한 조선국왕들과 중국 황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국사에 국한된 역사의 가르침을 보다 넓게 이해하여 동양 사상으로까지 지평을 확대하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서의 특징은 명·청대와 조선조 역대군왕을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조 역대 군왕은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 및 관행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왕조이지만 일국사로 논할 경우 결국 조선의 왕중 누가 가장 뛰어났는가라는 잘못된 서열중심주의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고 좀더 객관적인 비교평가를 위해서 저자는 명·청조의 황제들을 조선조 군왕들과 비교한다. 조선의 왕을 중국 황제와 비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현실과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부국을 지향했던 조선조의 왕들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비교평가는 조선의 왕들을 보다 정확히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조선의 왕 10명과 정치적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활동한 중국황제 10명을 짝을 지어 비교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홍무제 주원장을 시작으로 고종과 광서제의 이야기까지를 담아낸다. 정치적 상황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리더쉽을 설명하는 본서는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지루하고 잠이오는 국사 수업의 역사가 재미있을려면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교사가 필요하듯이 저자는 조선과 중국의 역대 군왕들과 이들과 관계된 정치적 상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깊이 이해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솜씨를 가지고 있다.

<효종과 순치제의 북벌과 북경입성의 사건을 통해 리더쉽을 배우다. 우측은 효종의 능인 영릉>

  독자로서 저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흥미로운 인물평은 효종 이호와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순치제 푸린이었다. 부국강병을 논하면서 효종의 북벌론을 미화하는 세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효종에 대한 저자의 냉철한 비교분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평가는 순치제의 치세 때 중원으로 들어간 청조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세로 일컬어진 강건성세의 기틀을 마련하였지만 조선조는 효종의 재위시절 조선은 공허한 소중화에 미혹돼 비현실적인 북벌을 외치며 자폐로 빠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차이는 두 군주의 시대흐름을 읽는 눈과 정세에 대한 판단dp 근거한다. 한족이 세운 명도를 상국으로 섬길수 있으나 야인으로 천시한 청조가 중원의 주인이 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괴이한 논리와 부왕의 복수 그리고 극단적인 명분론자였던 송시열과 측근들의 부추김 속에서 시대적 오판을 범한 효종의 북벌은 결코 실행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는 계획이었다. 그와 대비되는 순치제는 비록 24세에 요절하였지만 15세 소년황제로 친정에 나서 섭정의 흔적을 지우고 내치를 든든히 하며 한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융화책과 통치권력의 강화를 주도했다. 만주족과 몽고 그리고 한 3족을 아우르는 순치제의 행보는 단순한 융화책을 넘어 황권을 강화시키는 가운데 개국의 공업을 이뤄내어 후대의 존경을 받았다.



<젊은 나이지만 정치적 판단과 혜안이 돋보인 순치제는 청조의 강건성세의 기틀을 마련했다.>

  저자의 역사 해석은 우리의 잘못된 역사관점과 이해를 바로 잡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자칫 영웅주의와 이념주의의 도구로 활용될수 있는 역사해석에 날카로운 관점을 더한 비교평가는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더해주지만 동시에 고정적인 역사 관점을 지나치게 벗어나는 결론에 의해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다. 역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풍성하고 다양한 역사의 해석을 전해주는 작가는 참신하고 튼실한 역사적 고찰과 해석의 시도라는 의무를 가진다. <조선국왕 vs 중국황제>는 삼국의 역사 속 군왕들을 서로 비교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흥미로운 해석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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