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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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존 그리샴과 마찬가지로 소재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작을 쓸 수 있는 작가다.
존 그리샴이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긴박감 넘치는 스릴을 선사하고, 스포츠맨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생을 성찰하는 감동을 주었던 것처럼 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스릴러가 아닌 장르에서도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편지'의 주인공 나오키의 인생은 살인죄를 저지른 형 때문에 실패의 연속일 뿐이다.
대학 입학에 실패하고, 취직에 실패하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에도 실패한다.
평범한 작가라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역시 해답은 가족뿐이다'라는 상투적인 방식의 이야기를 이어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식의 뻔한 신파극을 풀어놓지 않는다.
나오키의 곤경을 형이 저지른 범죄의 일부라고 적어놓고, 사회성의 죽음까지 언급한다.
주인공이 지독한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쯤하면 되었다는 듯이 형제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노골적이고 훈훈한 결말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갖고 있는 차별과 편견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며 끝까지 나오키가 자신의 운명을 감당할 것을 강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결말에는 그 어떤 신파극보다 뜨거운 감동이 담겨있다.
스릴러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후반부에는 몇 번의 반전과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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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부자 마인드 ㅣ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
김상연 지음 / 성안당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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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꿈의 실현은 1%의 영감과 99%의 지구력'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정작 요즘의 독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은 그 99%의 지구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 하는 방법론이다.

꿈을 가져라, 책을 읽어라, 습관을 길러라, 행동하라, 종자돈을 모아라 따위의 허울 좋은 얘기는 인터넷을 몇 번만 클릭하면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에 불과하다. 굳이 1만2천원이라는 책값을 지불하고 읽어볼 만한 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을 얘기할 때는 부동산의 좋은 점을 나열하기 바쁘고, 주식에 관해 얘기할 때는 주식의 장점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젊은 부자들을 벤치마킹하라면서 예로 든 분야가 주식과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다. 과연 이런 조언들이 귀담아들을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이렇게 주장하다가도 한쪽에서는 꼭 안정된 직장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안정적인 직장 운운하다가 또 다음에는 임대수익을 노리거나 창업을 하라고 부추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안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평범한 독자들이 고작 책 한 권에 담긴 '~하라, 말아라'하는 글을 읽고 행동으로 옮기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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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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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늘 변치 않는 필력으로 수작들을 써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재능은 ‘비밀’에서도 여전히 빛이 난다.

주인공 헤이스케는 버스 전복 사고로 아내를 잃는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있던 딸 모나미의 몸속에 아내의 영혼이 깃들게 된다.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둘은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하지만 딸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아내는 점차 모나미의 인생이자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기 시작하고, 둘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두 주인공이 겪어야 하는 갈등과 애증도 흥미롭지만 버스 사고의 원인을 추적하는 헤이스케의 행보도 미스터리의 재미를 선사한다. 한치 앞을 짐작할 수 없이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자체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펼쳐지는 지독하게 이기적인 반전은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듯하다.
무난한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던 이야기는 결말의 ‘선택’ 때문에 깜짝 놀랄 반전을 선사한다.
독자에 따라서 ‘비밀’의 결말을 감동적인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지독한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꿈과 인생에 비하면 일반인들의 사랑이라는 것은 얼마나 가볍고 얄팍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죽어도 변치 않는 사랑 따위를 평범한 부부에게서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생각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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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8-07-1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일종의 일본 소설의 매력인데... 워낙 심하게 충격 받으셨군요 ^^
하여간 재미있으셨기를...

sayonara 2008-07-1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수준있는 반전이긴 하지만... 역시 제 감수성에는 넌더리가 날 정도로 지독했답니다. 뭐, 히가시노의 작품답게 재미는 끝내줬지요. ^^;
 
황태자비 납치사건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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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의 황태자비 마사코가 납치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과거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비롯, 임나일본부설, 교과서 왜곡문제 등이 전면에 부각된다. 그리고 감춰진 역사와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한 주인공들의 추적이 시작된다.

하지만 경찰과 외무부, 언론 등이 등장하며 숨 돌릴 틈 없이 전개되던 이야기는 갑자기 허무개그로 돌변한다.
인질이 납치범에 동조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스스로 경찰의 수사를 피해 몸을 숨기는 인질범은 코믹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경찰의 추적과 납치범의 도피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스릴러의 묘미인데, 그 대결을 이런  코미디로 만들어버리니 읽는 입장에서는 맥이 탁 풀리고 만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작가의 애국주의와 반일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명성황후를 가리켜 ‘조선 최고의 미인’ 운운하며 음란한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내용과 일본의 황태자비가 역사적 진실 찾기에 앞장서는 모습은 작품의 재미를 떨어뜨릴 정도로 과장이 심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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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 드라마에선 절대 보여주지 않는 CSI 수사현장 이야기
데이너 콜먼 지음, .김양희.이주만.신상수 옮김 / 뜨인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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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이 드라마 'CSI'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마인드 헌터'나 '인 콜드 블러드'같은 유명한 범죄관련서적들만큼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CSI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나열했을 뿐이다.

하지만 CSI의 활동들이 워낙 괴상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읽는 재미는 충분하다.
시체의 머리가죽을 입에 넣었던 경찰견에게 온 얼굴을 핥게 한 사건, 꽁꽁 얼어버린 시체의 지문을 뜨려고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가 난리가 났던 일 등은 생각만으로도 엽기적이다. 읽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상황들이다.

사람이 죽었음에도 자신의 사소한 계획, 예를 들면 주차들 평소보다 먼 곳에 해야 하는 일에 짜증을 내는 일반시민들의 이기심을 토로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CSI는 드라마에서처럼 멋들어지게 차려 입지도 못하며 또한 증거를 처리하기에도 너무나 바쁜 곳이기 때문에 해당 범죄사건이 어떤 건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푸념을 읽을 때에는 CSI의 진실한 애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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