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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존 그리샴과 마찬가지로 소재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작을 쓸 수 있는 작가다.
존 그리샴이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긴박감 넘치는 스릴을 선사하고, 스포츠맨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생을 성찰하는 감동을 주었던 것처럼 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스릴러가 아닌 장르에서도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편지'의 주인공 나오키의 인생은 살인죄를 저지른 형 때문에 실패의 연속일 뿐이다.
대학 입학에 실패하고, 취직에 실패하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에도 실패한다.
평범한 작가라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역시 해답은 가족뿐이다'라는 상투적인 방식의 이야기를 이어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식의 뻔한 신파극을 풀어놓지 않는다.
나오키의 곤경을 형이 저지른 범죄의 일부라고 적어놓고, 사회성의 죽음까지 언급한다.
주인공이 지독한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쯤하면 되었다는 듯이 형제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노골적이고 훈훈한 결말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갖고 있는 차별과 편견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며 끝까지 나오키가 자신의 운명을 감당할 것을 강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결말에는 그 어떤 신파극보다 뜨거운 감동이 담겨있다.
스릴러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후반부에는 몇 번의 반전과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