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 아웃케이스 없음
니콜 키드만 외, 바즈 루어만 / 20세기폭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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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화들이 너무 길어져서 2부작, 3부작으로 나누어 개봉하는 것이 유행인데 반해 ‘오스트레일리아’는 관객의 돈을 아껴주기 위함인지 1부와 2부를 한 번에 묶어서 개봉한 것 같다.
남편을 찾아 호주를 방문한 영국의 귀부인,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남편의 죽음과 앞으로 경영해야 할 목장과 소떼, 야성미 물씬 넘치는 터프가이와의 사랑, 목장을 노리는 악당들에 대항한 시원한 승리.
그리고 이쯤에서 끝났겠지 싶은 부분에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뜬금없는 일본군의 폭격과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주인공의 악전고투...
나도 모르게 재킷의 뒷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어수선한 작품의 러닝타임이 자그마치 3시간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확실히 ‘오스트레일리아’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타이타닉’, ‘진주만’, ‘가을의 전설’ 등을 적당히 짜깁기 한 영화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듯하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왜 그리도 종잡을 수 없는지 말이다.
새침한 태도의 깐깐한 말투의 귀부인 새라는 어느 순간 갑자기 야생의 털털한 소몰이 아줌마가 된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에 슬퍼하며 엎드려 있던 소년은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에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표정이 활짝 핀다.

한눈에 봐도 CG티가 풀풀 나는 대경관도 좀 그렇고, 죽어야 할 타이밍에 알아서 척척 사라져주는 단역배우들도 한편으론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쉬지 않고 이어지는 사건들을 따라가는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했고, 웅장한 대자연의 풍경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의 수려한 자태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약간의 지루함에도 졸지 않고 충분히 감내할 만큼 컨디션이 좋다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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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 아웃케이스 없음
토니 스콧 감독, 덴젤 워싱턴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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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작품답게 감각적이고 화려한데다가 토니 스콧이 감독한 작품답게 빠르고 긴박감이 넘친다.

해군병사들과 시민들이 탄 페리호가 폭발하고 수백 명의 사상사가 발생한다.
현장에 출동한 화기단속국(ATF) 요원 더그는 FBI의 비밀부서에 합류해서 과거의 특정 시점을 볼 수 있는 장비로 범인을 추격한다.

시나리오를 접하자마자 주연배우와 제작자를 매료시켰다는 '데자뷰'의 줄거리는 마치 마이클 크라이튼의 범작을 보는 것 같다.
감청 기술, 끈 이론, 평행 우주론에 관한 내용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고, 주인공 더그는 자꾸만 FBI 연구원들에게 과학적 설명을 요구한다.

게다가 '너무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러브 스토리'라는 브룩하이머의 욕심이 너무 컸었는지도 모른다. 액션의 달인 토니 스콧에게 감독을 맡겼으니 말이다.
두어 번의 자동차 추격전 말고는 변변한 액션 장면도 없고, 두 주인공의 러브라인도 너무 서둘러 시작되고 황급히 여운을 남기면서 마무리된다.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추격하는 장면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지만, 일반 관객이 보기에는 그저 또 하나의 카체이싱 장면일 뿐이다.
결국 토니 스콧 스타일의 화끈한 액션 스릴러도 아니고, 시공을 초월하는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도 아닌 어정쩡한 작품이 되어 버렸다.(확실히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갖춘 '다크 나이트'같은 작품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인터뷰 중에 걸핏하면 데자뷰, 데자뷰 운운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립 서비스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연기파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토니 스콧 감독과 만나기만 하면 '크림스 타이드'에서와 똑같은 가벼운 연기를 반복하는 덴젤 워싱턴을 보는 것도 좀 아쉽고, 로버트 다우니 JR처럼 근사하게 늙지는 못할망정 별다른 개성도 없는, 펑퍼짐한 중년의 아저씨로 늙어가는 발 킬머를 보는 것도 안타깝기만 하다.

어쨌든 간에 ‘데자뷰’는 이런 저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해외에서 기어이 제작비를 회수하고야 마는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의 저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비슷한 분위기의 추격전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나 '이글 아이'만큼 탄탄하진 않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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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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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셤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나 '펠리컨 브리프', '레인메이커'같은 작품들은 거대권력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록 골리앗을 완벽하게 무너뜨리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고 통쾌한 승리를 거두곤 한다.

하지만 최근 작품들은 존 그리셤 스타일이라고 불릴만한 전형적인 패턴들을 뛰어넘는다.
엉뚱한 소재의 성탄특집 스릴러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첩보/정치 스릴러에 가까운 '브로커'와 '톱니바퀴', 이야기의 반 이상이 열대 밀림에서 벌어지는 '유언장', 스포츠를 통해서 어린 시절의 꿈과 삶을 회상하는 '관람석'까지 폭넓은 재능을 선보였다.

최신작 '어필'은 초기의 스릴과 최근의 변칙성을 함께 갖춘 작품이다.
예전의 '파트너'라는 작품이 그랬듯이 '어필' 또한 존 그리셤의 다른 작품들이나 평범한 법정 스릴러라면 결말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환경오염으로 원고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한 대기업이 엄청난 금액의 배상금을 선고받는다. 원고와 원고의 변호사들은 마치 길고 긴 싸움의 마지막에서 피로에 젖은 승리를 만끽한다.
그러나 곧 대기업의 반격이 시작되고, 대법원의 판사를 교체하기 위한 음모가 이어진다.

하지만 작품의 실제 모델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나 미국의 대법관 선출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은 지구 반대편의 한국 독자에게는 너무 먼 나라의 낮선 이야기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한참동안 차곡차곡 사건과 사건을 엮어나가던 존 그리셤이 결국 우연이라는 요소에 의지해 결말의 반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스릴러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우연 말이다.-불치병으로 죽을 것 같던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을 살릴 수 있는 기적의 약이 나타나고, 시종일관 주인공을 괴롭히던 시어머니가 최종회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물의 참회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확실히 존 그리셤의 글 솜씨가 장황해졌다. 초창기의 간결한 문장은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조연에 불과한 오트 목사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두 페이지, 트루도를 소개하는데 서너 페이지씩이나 할애한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작의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는 구절도 나온다.
138페이지에서 친기업적 판사 후보로 선택된 론의 변호사 봉이 9만 2천 달러인데, 판사 연봉이 11만 달러라는 말을 듣고 ‘연봉을 그렇게까지 깎일 수 는 없다는 듯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는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뭐, 여러 가지 불만스러운 부분도 많고, 더 이상 초기작에서 느낄 수 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시의적절한 소재와 비교적 탄탄한 줄거리로 그럭저럭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존 그리셤도 나이를 먹었는지 ‘어필’에서도 성같은 집, 비싼 사무실보다 그저 아이들을 키울 집을 갖고 싶었다는 식으로 인생을 성찰하는 듯한 문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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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8 - 마토바 료스케, 달리다
쿠라시나 료 지음, 이노우에 노리요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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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막강한 경쟁자였던 세이야도 고향으로 떠나고 레미에 대한 기억도 서서히 잊혀져갈 무렵 류스케는 징메이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8권의 초반부는 불법이민자들의 문제와 가부키쵸 외국인들의 범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너무도 장황하고 지루해서 사회파 만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작가의 다른 작품인 '여제'에 비하면 훨씬 흡입력이 약해지는데, 이런 곁가지 이야기까지 장황하게 늘어놓으니 연재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흥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실망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포석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읽게 된다.

하지만 류스케가 이미 거의 최고의 호스티스가 되었기 때문인지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다.
류스케는 혼자서 코리아타운을 어슬렁거리면 민족문제에 관해 고민하기도 하고, 호스티스 세계의 경계를 훌쩍 넘어버리는 중국계 폭력조직의 일에도 말려들게 된다.

일본인은 자신들보다 경제력이 낮은 아시아의 민족들을 무시한다는 징메이의 토로는 한번쯤 귀담아 들을만하다. 대한민국의 국민들 또한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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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소년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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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짤막한 단편들을 읽고 여운이 남지 않으면 마치 나 자신이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지금까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흥은 깊은 울림을 선사해왔다. 그러나 이번은 아닌 것 같다.
'진베'같은 단편에서도 진한 감동을 선사했던 아다치 미츠루다. 하지만 이 책의 단편들은 그 재능을 펼쳐 보이기에 너무 짧기만 하다. 여백의 미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짧다.

수록된 작품들은 거의 어린 시절과 고향의 기억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소년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가 주인공이다.
각각의 단편들이 어린 시절에 있었던 친구와의 오해, 어린 시절의 비겁함을 떨쳐 버리는 현재의 주인공, 어린 시절의 꿈과 지금의 일상 등을 그리고 있다.

첫 단편인 '문의 저편'이 대표적이다.
어느 시간, 어느 공간으로든지 갈 수 있는 고향집의 방을 방문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시간여행이라는 거창한 소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다. 앞뒤의 이야기도 제대로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이야기의 여백도 너무 크다.

하지만 다소 허전하고 황량한 단편들에서도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감동적이고 위트 넘치는 엔딩은 만끽할 수 있다.
주인공이 도라에몽인지 헬리콥터인지 모를 하늘의 것을 쳐다보는 장면은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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