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dts, 2disc) - 할인행사
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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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굉장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고만고만한 등장인물들이 여섯 명이나 나와서 누가 누군지 좀 헷갈리긴 하지만, 오프닝부터 결말까지 군더더기 없이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엄청난 반전이나 창의적인 크리처, 새로운 설정 따위가 없어도 재능만 있다면 이렇게 멋진 작품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수작이다.

동굴 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들은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쓰거나 자신이 피분수를 내뿜는다. 이것이 또한 훌륭하다. 호러영화라면 응당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처럼 무작정 피보라를 일으키거나 절단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뒤집어쓰거나 흘리는 피를 통해서 폐쇄된 동굴의 압박감과 정체모를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블록버스터였다면 좀 더 세련된 특수효과를 볼 수 있었을 테지만 너무 매끈하지 않은, 투박한 장면들이 거친 분위기의 공포를 자아낸다.

그리고 그 어떤 작품의 결말보다도 강렬한 결말.
뻔한 호러영화처럼 끝나는 것 같다가 갑자기 급반전하면서 인과응보의 진리를 보여주는 것 같은 결말. 그 결말이 주는 감흥은 영화를 보고 난 한참 뒤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호러영화 사상 가장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쓸쓸한 분위기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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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리스트 시즌 1 (6DISC)
데이빗 누터 감독, 로빈 튜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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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스트'는 오래전 '레밍턴 스틸'이나 '블루문 특급' 이후 공식이 되어버린 뺀질뺀질한 남자 주인공과 이성적인 여주인공 콤비의 전형적인 구성의 수사물이다.
하지만 최근 지나친 과학수사와 이성적 접근 방식에 반발한 심리 추리물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마다 붉은색을 뜻하는 단어들이 들어가는 것도 이색적이다.

주인공 패트릭 제인은 사이비 심령술사로 돈과 명성을 얻었지만, 연쇄살인범 레드존에게 부인과 어린 딸이 살해당한 이후로는 CBI(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의 수사를 돕고 있다.
틈만 나면 사무실 구석의 소파에서 낮잠을 즐기지만, 특유의 최면 기법과 각종 심리트릭을 이용해서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가볍게 풀어나간다.
도로 한복판에 있는 잘린 손을 보고서 피해자의 직업과 성격까지 알아맞힌다.
이는 셜록 홈즈처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덕분이다. 그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의 신발 바닥까지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물론 100%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속임수에 걸려들지 않을 때는 벌쭘한 표정으로 "보통은 다 걸리는데.. 그냥 없었던 일로 하죠.."라며 더듬거리기도 한다.

인간적인 면모도 충분히 보여준다.
카지노에서는 불법인 카드 외우기를 통해 거금을 따서 팀원들에게 값비싼 선물을 사준다.
바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여성에게 반지를 보여주며 결혼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멘탈리스트'는 '몽크'로부터 매우 큰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천재적인 탐정과 그를 돕는 형사들, 살해당한 탐정의 가족과 끊임없이 범인을 찾는 탐정...
어쨌든 '멘탈리스트'와 '몽크'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재미있는 것이 사실이다.(시청률은 ‘멘탈리스트’가 압도적으로 높다.)

연약한 외모와는 달리 시종일관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리스본 반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인의 가장 큰 보호자다.
늘 엄격하게 제인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제인이 풀죽어있을 때는 좋아하는 운전을 시킬 정도로 배려심이 깊다.

제인의 팀원들 중 조는 한국계 배우 팀 강이 맡았는데 자신은 절대로 웃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농담을 던져대는 재미있는 캐릭터다. "전화 한통이면 당신 경력을 끝낼 수 있다"는 유력인사의 말에 "저는 전화 한통이면 피자 주문밖에 안되는데"라고 무표정하게 대꾸한다.
시즌 내내 조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위장수사 중에 한 여자를 유혹하는 장면에서 뿐이다.
어린 시절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수사 중에 만난 한 아주머니는 이런 조에게 반해서 자신의 조카와 맞선을 보게 한다.

가끔 남성적인 면도 보이는 늘씬한 금발미녀 밴 펠트와 전형적인 마초 수사관인 릭스비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지만 직업 때문에 갈등하고 있는 중이다.
릭스비가 간혹 진통제에 취했을 때나 최면에 걸렸을 때 수작을 거는 것처럼 사랑고백을 할 뿐이다.
릭스비가 이혼녀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본 밴 펠트가 쓸쓸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늘 리스본을 닦달하는 미넬리 국장도 팀원들의 정직 사유서를 책상 위에 놓은 채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울 정도로 배려 깊은 상관이다.

이렇듯 제인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도 나름대로 개성 있는 매력을 보여주지만 수수께끼 풀이는 대부분 제인의 원맨쇼다.
간혹 사고로 제인의 눈이 멀거나 흥분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끝에 가서는 깔끔하게 해결한다.
용의자를 두고 마지막에 속임수와 트릭을 이용해서 범인임을 밝혀내는 방식은 '로 앤 오더: 크리미널 인텐트'와 비슷하지만 그처럼 한없이 진지하지는 않다.
제인은 걸핏하면 마술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최면을 걸어서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제인 자신이 레드존에 대한 강렬한 복수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범인에게 천연덕스럽게 "복수는 바보나 미친 사람이 하는 짓이다"라고 충고할 정도로 뻔뻔하다.
영매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제인은 처음부터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계속 비웃기만 하지만 결국에는 약간이나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첫 회의 오프닝부터 실제 최면과 관찰, 심리탐구 등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능수능란하게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각종 심리기법들이 총동원되는 '멘탈리스트'의 첫 회는 아마도 'CSI'나 '24'같은 시리즈를 능가하는 가장 훌륭한 미드 파일럿일 것이다.

중반부 이후부터는 레드존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
레드존의 친구의 친구라는 사람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있다면서, 자신을 빼내주면 레드존에 관한 정보를 주겠다고 접근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레드존에 가까이 다가가지만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결국 다음 시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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닙턱 시즌 3 박스세트 (5disc)
스콧 브라질 외 감독, 딜런 월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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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시청자들을 충격과 흥분으로 몰아넣는 '닙턱' 시즌3은 지난 시즌 연쇄 폭행범 칼잡이에게 습격당한 트로이의 장례식 환상과 션의 이혼 문제로 시작한다.
이 사건이 이번 시즌의 중심 이야기가 되는데, 트로이는 한때 용의자로 체포당하고 두 주인공의 20년지기 우정은 가장 큰 시험대에 오른다.
그리고 애청자들이 실망할만한 씁쓸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개연성 없고 설득력 없는 우리나라의 막장드라마들이 근접할 수 없는 고품격 막장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정신적 상처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트로이를 기다리다 못한 션은 결국 다른 의사를 맞아들인다. 그러나 곧 가족과 병원, 우정... 이 모든 일들에 지친 션은 FBI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성형의사 자리에 지원해서 떠난다. 그리고 트로이가 새 의사 퀸튼과 파트너가 된다.

이번 시즌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트로이다.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범인으로 몰리는데다가 버림받고 또 버림받고... 계속 가족을 갈구하며 헤맨다.
킴버와의 사이를 고민하는 트로이에게 션은 "산산이 부서진 관계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되돌릴 수 있는 희망이 있는 법"이라고 위로한다.

트로이는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킷과 관계를 맺고는 곧이어 킴버와 불편한 삼각관계에 빠지게 된다. 계속 그런 관계를 거북스러워하던 트로이는 퀸튼을 끌어들이고, 같은 침대에서 트로이와 킴버, 퀸튼과 킷은 각각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방탕한 트로이와 킴버도 감당할 수 없는 성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에바와의 일 이후로 계속 빗나가기만 하던 매트는 본격적인 타락의 길로 빠져들고, 션은 그런 아들에게 주먹을 날린다.

이런저런 사건들 중에도 수술 중 각성으로 고통을 느꼈다면서 소송을 거는 환자까지 등장한다.

'닙턱' 시즌3은 이렇게 끊임없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막장을 선보이면서 통속드라마의 자극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트로이는 죽은 줄 알았던 생모와 만나게 되는데, 가장 안 좋은 시기에 가장 안 좋은 방법으로 상봉한다.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수술 장면들이 등장한다.
지방흡입이나 흉터제거같은 수술은 일상적인 장면에 불과하다.
가슴의 실리콘 보형물이 터진 환자의 재수술과 체중과다와 배설물로 소파에 피부가 들러붙어버린 여성의 수술도 시작에 불과하다. 가장 압권은 얼굴 피부 전체를 떼어 붙이는 안면이식수술 장면이다.

트로이는 계속 불평거리다가 결국 고릴라의 얼굴 흉터를 수술하게 된다.
트로이는 신입의사 퀸튼과 대학교에 가서 접착제로 얼굴과 엉덩이가 붙어버린 학생들을 수술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토막시체의 복원 일을 맡거나, 자신의 멀쩡한 다리를 잘라달라는 환자까지 찾아온다.

물론 사연이 있는 수술 장면들도 있다.
갱단으로서의 과거를 지우고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문신제거수술을 받는 청년, 현재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알츠하이머 남편 때문에 수십 년 전의 얼굴로 돌아가려는 노부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닙턱'에서는 항상 동화같은 아름다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건들은 좋게든 나쁘게든 결국에는 해결되고 션과 트로이 가족은 또 한 숨 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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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으로 안 내는 세금의 기술
남우진.김승한 지음 / 청림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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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세금 절약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재미나 교훈을 얻기 바랐다면 문학작품이나 수필을 읽었을 것이다.
물론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서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주인공 윤옥 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고, 동창회에 나가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느라 정작 세금에 관한 이야기는 30페이지가 넘어서야 등장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과연 저자는 한 젊은 여성의 알콩달콩한 일상과 당찬 성공담을 쓰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세금 절약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려 했던 것일까?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 읽는 독자들은 세무사와 상담하기에는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부족하고, 하염없이 인터넷을 뒤지면서 정보를 얻기 힘든 사람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특별하고 기발한 정보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고작 기본적인 세무정보를 이야기하면서도 별 상관없는 내용으로 채워 넣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수필가로 등단하고 지속적인 집필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뿌듯해 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부분인 세금에 관한 설명은 너무 뻔하거나, 무작정 '개인업체로 하면 법인에 비해 세금도 더 낸다'는 식으로 말을 끝내버리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가면서 더 이상 줄거리를 꾸며내기가 번거로웠는지 이야기의 흐름은 대충 무시하고 무작정 문답식으로 나간다.

그나마 건질 수 있었던 정보는 우습게도 세금에 관한 것이 아닌 창업에 관한 부분이었다.
건물주가 임대료에 추가되는 부가가치세를 요구한다거나 다운계약서를 요구하는 경우에 대한 올바른 대응법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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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살인 ㅣ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2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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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정교한 트릭이 빛나는 뛰어난 수작 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마술살인'을 읽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너무나도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간혹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산만함 때문에 흥미를 잃고는 하는데 '마술살인'에서는 본격적으로 대가족을 등장시킨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노부인, 그녀의 첫번째 남편, 두번째 남편, 현재의 세번째 남편, 각각의 남편들의 자녀들, 아들과 딸들, 집안의 고용인, 손녀와 손녀의 남편... 정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방만한 등장인물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본래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가 무슨무슨 부인으로 불리곤 해서 또 한 번 혼동을 일으킨다.

본문의 내용 중에 잠자리에 든 미스 마플이 너무도 많은 생각들에 뒤섞여 윤곽을 잡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읽고 있는 독자들도 딱 그 심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이야기의 흐름이 매우 연극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정원의 벤치에 앉아있는 미스 마플이 한 인물과 대화를 통해서 집안의 일을 조금 파악한 뒤에 그 인물이 사라지면 또 다른 인물이 곧바로 나타나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 인물이 가버리면 또 시의 적절하게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해서 필요한 정보를 이야기해주는 식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구성덕분에 그나마 조금씩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끼워 맞추면서 익숙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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